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터스텔라’는 25일 하루 144개 관(195회 상영)에서 1만7650명의 관객을 모아, 누적 관객 수 1000만8149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인터스텔라’는 ‘변호인’(1137만 명), ‘겨울왕국’(1029만 명), ‘명량’(1761만 명)의 뒤를 이어 올해 네 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국내 개봉한 외화로선 ‘아바타’(2009)와 ‘겨울왕국’(2014)에 이어 세 번째 천만 기록이다.
무려 27일 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던 ‘인터스텔라’는 최근 신작들의 공세에 흥행 동력이 다소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흥행 경쟁에 가세한 데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키면서 ‘인터스텔라’가 천만 문턱에서 좌절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급기야 개봉 7주차인 지난 주엔 상영관 수가 600여 개관에서 300여 개관(주말 200여 개관)으로 뚝 떨어졌다. ‘인터스텔라’의 박스오피스 순위는 4위까지 내려 앉았다. 크리스마스 특수였던 24~25일에는 상영관이 100여 개관으로 줄어 박스오피스 10위까지 밀려났다. 그럼에도 신드롬에 가까웠던 흥행 화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루 1~2만 명대 관객을 꾸준히 모으며 마침내 천만 고지를 밟은 것이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유독 국내 극장가에서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켜 눈길을 끈다. 2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기준으로 ‘인터스텔라’의 누적 매출액은 약 798억 원에 달한다. 북미 박스오피스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 집계에 따르면, 이는 북미지역 1억7339만 달러(한화 약 1911억 원, 현지시간 12월 24일 기준)와 중국 1억2199만 달러(한화 약 1341억 원, 현지시간 12월 19일 기준)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매출액이다. 한국 인구가 북미의 약 6분의1, 중국의 약 26분의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인터스텔라’의 천만 흥행은 개봉 당시엔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천만영화 가운데 외화는 단 2편에 불과했다. 게다가 기존 천만 영화들이 주로 가족영화나 재난영화 장르였다면, SF영화인 ‘인터스텔라’는 2시간3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 다소 난해한 물리학 이론까지 담고 있어 대중성마저 떨어졌다. 이런 전례들을 살폈을 때 ‘인터스텔라’의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 돌풍은 점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극장가 비수기는 뜻하지 않은 호재로 작용했다.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인터스텔라’는 1090개 관을 선점, 평일 하루 20만~30만 명, 주말 하루 60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여기에 ‘천재감독’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상상력 빛나는 전개와 경이로운 우주의 이미지는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포털사이트 평점 9점 대가 넘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관람객들의 호평을 등에 업고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볼 만한 영화’에 목말라 있던 잠재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노부부의 사랑을 담은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 제작 아거스필름)는 25일 오후 3시52분을 기준으로 관객 수 300만408명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1위작인 ‘워낭소리’(2009)의 기록을 5년 만에 넘어선 것으로 의미가 크다. 이제 역대 다양성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할 일만 남겨두고 있다.
‘님아…’는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7위로 출발했으나 입소문이 퍼지면서 빠른 속도로 차트를 역주행했다. 급기야 개봉 15일 만에 쟁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개봉 1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다양성 영화로 통칭되는 저예산 독립·예술영화의 100만 관객은 일반 상업영화의 1000만 기록만큼 의미있는 일로 평가 받는다. 흥행 열기에 힘입어 한 때 상영관 수가 800여개 관까지 늘기도 했으나, 진모영 감독 등 영화 관계자들이 다른 다양성 영화의 상영 기회를 박탈할 수 없다며 상영관 수 확대를 고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님아…’는 지난 20일 2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단 5일 만에 300만 고지를 밟으며 수그러들지 않는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님아…’는 역대 다양성 영화 최고 흥행작인 ‘비긴 어게인’(최종 340만 명)의 기록마저 넘보고 있다. 겨울방학 성수기에 접어들며 국내외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한 가운데서도 ‘님아…’는 예매율 4위(11.4%, 영진위 통합전산망 26일 오전 7시 기준)를 지키고 있다. 또 지난 주말(19~21일)에만 76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 데 이어, 개봉 5주차인 이번 주에도 평일 하루에만 10만 명씩 모으며 순항 중이다. 따라서 빠르면 이번 주말,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라는 또 다른 기록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님아…’는 자칫 딱딱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장르지만, 76년 평생을 의지해온 노부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이 극영화보다 더 큰 감동을 주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 관계자들이 주 타깃층을 40~50대 관객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영화관의 주 수요층인 20대 관객층이 전체 관람객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들 젊은 관객이 부모님에게 티켓을 끊어주는 식으로 관객층이 확대되며, ‘님아…’는 세대를 초월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극장 체인 CGV의 다양성영화 브랜드 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아 안정적인 배급망을 확보, 상영관 수를 무리없이 늘리며 이같은 흥행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