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개봉·마니아층 장르 등
‘불리한 외화 흥행조건 극복
‘유독 한국서 인기…수익 미국 다음
‘별 경쟁작 없는 대진운도 한몫
‘팬덤 열혈관객 재관람률 4.2%
3월 극장가의 주인공은 단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 이하 ‘킹스맨’)다. 400만 관객을 돌파한 ‘킹스맨’은 올해 최장 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탓에 1000만 흥행을 넘보긴 어렵지만, 이미 청불 외화 중에선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패러디 되며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킹스맨’의 흥행이 더욱 주목받는 건 기존의 흥행 영화 공식을 벗어난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외화로서 한국영화가 강세인 설 연휴 시기에 개봉했다는 점, 마니아층이 선호할 만한 장르라는 점 등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무엇보다도 다소 수위높은 폭력신이 있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흥행세는 놀라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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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11일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425만 관객을 돌파했다.(9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킹스맨’은‘ 007’ 시리즈 흥행 기록을 넘어선 데 이어,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외화 최고 흥행 등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특 히 전 세계 극장가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흥행 수익을 거두며 국내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
특히 ‘킹스맨’은 한국에서 유독 크게 흥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해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 이어, ‘킹스맨’ 역시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익을 기록 중이다. 이십세기폭스사마저 ‘킹스맨’의 국내 인기에 놀라는 분위기. ‘킹스맨’의 원작자 마크 밀러는 예상 외 흥행에 감명받은 듯 “올해 아시아 투어 계획에 한국을 추가했다”고 내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킹스맨’흥행,‘인터스텔라’와 닮은꼴?=‘킹스맨’의 흥행 열기는 지난 해 ‘인터스텔라’ 신드롬과 닮았다. ‘인터스텔라’ 역시 개봉 당시만 해도 1000만 흥행을 예측한 이들은 드물었다. 외화의 경우 자막을 읽는 것을 번거로워하는 장년ㆍ노년 관객층까지 끌어모으기 어려운 것이 현실. 게다가 재난 블록버스터나 가족영화 등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 다소 난해한 물리학 이론이 담긴 공상과학(SF) 영화가 이 같은 흥행 성적을 거둔 것은 뜻 밖의 일이었다.
첩보 액션물인 ‘킹스맨’ 역시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 받아온 장르의 영화는 아니다. 앞서 ‘007’시리즈 중 최고 흥행작인 ‘007: 스카이폴’(2012)이 237만여 명을, 본 시리즈의 흥행작 ‘본 얼티메이텀’(2007)이 205만여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킹스맨’ 역시 초기 흥행 열기는 미지근했다. 개봉 2주차에 설 연휴를 맞으며, 한국 코미디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2’)에 가족 관객들을 뺏기는 듯 했다. 연휴가 끝나자 ‘킹스맨’은 기다렸다는 듯 1위를 탈환했고, 벌써 3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현재 ‘킹스맨’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흥행 수익을 거두고 있다. ‘킹스맨’의 제작 국가이자 스파이 영화의 본 고장인 영국보다 많은 수준이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에서 8582만5824 달러, 한국에서 2538만9265 달러, 영국에서 2247만9521 달러 수익을 거뒀다. 미국(약 3억2000만 명)과 영국 인구 수(약 6400만 명)가 각각 한국(약 4950만 명)의 6배, 1.3배라는 점, ‘킹스맨’이 영국보다 2주 늦게 한국에서 개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적이다.
▶볼 영화 없는 극장가,‘대진운’도 한 몫=‘킹스맨’의 국내 흥행에 우선은 ‘대진운’이 한 몫을 했다. ‘킹스맨’ 개봉 당시 ‘조선명탐정2’와 판타지 블록버스터 ‘7번째 아들’이 나란히 개봉했다. ‘7번째 아들’이 예상 외의 혹평으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사실상 ‘킹스맨’과 ‘조선명탐정2’의 2강 구도가 됐다. 한국영화 대작들이 주로 포진했던 여느 연휴와는 달리 조촐한 라인업이었다. 300만을 넘긴 ‘조선명탐정2’의 관객 동원력이 떨어지면서 ‘킹스맨’이 본격적으로 흥행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인터스텔라’가 개봉한 지난해 11월 역시 ‘볼 영화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던 비수기였다. 데이빗 핀처의 ‘나를 찾아줘’가 170만 여 관객을 모았을 뿐, 비슷한 시기 개봉한 ‘패션왕’·‘카트’ 등의 한국영화는 좀처럼 맥을 추지 못했다. 덕분에 ‘인터스텔라’는 경쟁작들의 이렇다 할 위협없이 외화로선 네 번째로 1000만 영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다.
▶‘킹스맨’의 국내 흥행, 열혈 관객이 일궜다=관객들의 달라진 입맛도 ‘킹스맨’의 흥행 열기를 견인하고 있다. 적당한 스펙터클에 감동이 버무려진 기존 흥행 영화에 염증을 느끼는 대중이 늘고 있는 것이다. ‘명량’과 ‘국제시장’의 경우 경이로운 관객 수를 기록했지만, 영화의 만족도를 두고는 반응이 엇갈렸다. ‘킹스맨’은 기존 첩보 액션의 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재미의 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셈이다.
특히 ‘킹스맨’ 관람객의 특이점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킹스맨’의 홍보를 담당한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실장은 “‘킹스맨’은 입소문을 낼 요소들이 많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나 기존 ‘007’시리즈, ‘마이 페어 레이디’ 등 기존 영화들의 변주를 관객들이 발견, 홍보를 자처하고 영화를 재관람하기도 한다”며 “트위터 반응들을 살펴보면 마치 소녀 팬들이 가수를 보러다니듯 ‘킹스맨을 2차 뛰었다’, ‘3차 뛰었다’ 하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팬덤에 근거한 재관람 열풍도 흥행에 기여하고 있다. 사실 재관람은 마니아 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실제로 지난 해 ‘명량’ 개봉 당시 재관람 관객 비율이 3~4%에 달했다. 특히 관람층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청불 외화의 경우, 재관람 관객의 영향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킹스맨’은 8일 기준, 4.2%라는 높은 재관람율을 기록 중이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