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않녀’ 김혜자의 연기는 왜 더 귀여워질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김혜자 연기를 한마디로 하면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스러우면서 은근히 귀엽기까지 하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혜자가 연기하는 강순옥은 이해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다. 딸(채시라)이 자신의 남편과 불륜 관계였던 여자 장모란(장미희)로 부터 10억원의 돈을 받아왔을때 엉엉 울다가, 딸과 함께 그 여자를 만나러 가자고 한다. 장모란을 본 순간 점프킥을 날린다. 그리고는 모란에게 “우리 집에 가자”고 말하며 두 여자는목하 동거중이다.

유현기 PD는 “김혜자 선생님이 연기하는 강순옥의 상황은 기존 문법과는 맞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극적 개연성이 있고 캐릭터로 뒷받 돼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순옥은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과거 남편이 모란에게는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고, 자신에게는 그 사은품을 주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배신감이 치밀어 올라올 것이다. 그런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다는 게 말이 되냐고.

이에 대해 유현기 PD는 “불륜녀에게 따귀 한 대 치고 끝나는 게 정상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랑했던 남편과 마지막 순간을 보낸 여인에 대한 호기심과 질투심 등 복합적인 감정이 묻어나와 모란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발상이 괜찮다”면서 “김혜자-장미희의 연기를 통해 억지스럽지 않게 커버하고 있다. 앞으로 김혜자 씨가 남편인 이순재씨가 돌아왔을 때 어떻게 가족성을 회복할 것인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자가 이런 만만치 않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귀엽기까지 한 매력까지 보여준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김혜자의 손녀로 나오는 이하나(정마리 역)는 김혜자의 가슴팍 가격은 대본을 다 읽은 상태에서 봤는데도 희열감이 느껴졌다고 한다. 발차기를 날린 후 감독의 ‘OK’ 사인이 나자 시킨 걸 했을 뿐이라면서 본인이 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이야기만 들어도 김혜자가 현장에서 어떻게 했을지 짐작이 간다.

강순옥의 처지를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하지만 진짜 다이아몬드 반지와 큐빅 바꿔치기로 소심한 복수를 감행해 자존심과 질투심을 보여주는 김혜자는 별로 불쌍해보이지 않는다. 아직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채시라-박혁권이 밀착돼 있는 상황을 보자, 불을 끄고 방을 나가는 모습도 웃음을 유발했다.

김혜자의 귀여운 연기가 강순옥을 처연하고 불쌍해 보이지 않게 해준다. “난 환자에요”라고 말하는 장미희와 김혜자의 ‘케미’가 워낙좋기도 하지만, 김혜자의 연기는 중독성도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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