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플레처 교수(J.K. 시몬스 분)에겐 어림 없는 말입니다. 그는 당근보다 ‘채찍질(whiplash)’이 가치 있다고 믿죠.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 분)는 플레처 교수의 눈도장을 찍으면서 그가 이끄는 밴드의 일원이 됩니다. 플레쳐 교수의 폭언과 학대에 자극받은 앤드류는 내면의 집착과 광기를 분출, 끝내 자신의 잠재력을 끄집어내기에 이릅니다.

안방극장에서도 채찍 든 교육자를 볼 수 있습니다. KBS2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나말년(서이숙 분) 선생이죠. 그녀에게 열등생 낙인이 찍혔다하면, 따스한 눈길 한 번 받지 못합니다. 나말년 선생에게 밉보여 퇴학까지 당한 김현숙(채시라 분)은 30여 년이 지난 후에도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갑니다. 현숙은 퇴학 사건으로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하며, 나말년 선생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
그럼에도 나말년 선생은 끝까지 자신의 교육 방식이 옳았다고 주장합니다. ‘네가 잘 될 애였다면 어떻게든 잘 됐을 것’이라는 냉담한 질타도 잊지 않죠. 플레처 교수 역시 자신의 교육에 따른 희생양이 나온 상황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그의 목표는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의 ‘버디 리치’(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드러머)를 발굴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엄격한 외골수 플레처 교수를 보며, 나말년 선생이 자신의 교육관을 정당화 한다면 오산입니다. 폭군에도 품격(?)이 있는 법이죠. 나말년 선생과 플레처 교수의 채찍질은 엄연히 다릅니다. 전자가 열등생에 대한 편견과 멸시를 담은 것이었다면, 후자는 우등생을 구석까지 몰아붙여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었죠.
다만, 선의가 전제돼 있다고 해서 그 과정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플레처 교수의 교육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혹독한 다그침에 자극받아 천재성을 끄집어낸 이들도 있겠지만, 평범한 다수는 그 때문에 음악을 더이상 즐길 수 없게 됐을 지 모를 일입니다. 앤드류 또한 천재 드러머로 성장했을 지, 낙오자가 되었을 지, 혹은 플레처보다 더한 폭군 음악가가 됐을 지 알 수 없습니다.(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앤드류가 마약 과다복용으로 30대에 죽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죠.) 열광의 무대로 마침표를 찍은 영화는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일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