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널 어쩌면 좋니 너를 어쩌면/널 어쩌면 널 어쩌면 좋니/네가 왜 이렇게 좋니/머리끝부터 발끝까지/눈을 떼질 못하잖니/어머님이 누구니/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그야말로 박진영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곡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불렀다면 당장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한 수위의 가사를 가진 곡이지만, 박진영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곡입니다. 정말 데뷔 때부터 한결 같지 않습니까?
40대 중반 남자 가수의 댄스곡이 같은 소속사의 걸그룹 미쓰에이를 비롯해 새파란 후배들을 누르고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현상은 단지 선정성만으로 설명할 순 없을 겁니다. 박진영의 전작에도 충분히 선정적인 곡들이 많았으니까요. 이 곡의 히트는 중독성 강한 가사와 솔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만듦새가 탄탄한 음악, 그리고 유쾌한 퍼포머스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이겠죠. 이 곡은 그만큼 아슬아슬하고 또 매력적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진영은 “60살에 생애 최고의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목표”라더군요. 2032년 1월 13일을 기대해보지요.

▶ 장필순 ‘고사리장마’= “부슬부슬 비가 오길래/홀로 숲으로 나갔어/그대와 늘 함께 걷던 길/놀랍게 달라 보여/그토록 찾아봐도 안 보이더니/어느새 소리 없이/솟아올라 온 고사리들”
이제 장필순이란 이름과 제주도는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익숙한 풍경이죠. 제주로 여행을 왔다가 장필순의 집에 들른 동료 선후배 뮤지션들은 자연스럽게 그 고요한 풍경으로부터 음악적 영감을 받는가 봅니다. 장필순이 지난 2013년에 내놓았던 정규 7집 ‘수니 세븐(Soony Seven)’의 타이틀곡 ‘맴맴’도 후배 싱어송라이터 이규호가 제주도에 들렀다가 만든 곡이었죠. 이번에는 후배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그 풍경에 매료됐나 봅니다.
‘고사리장마’는 제주의 봄에 내리는 짧은 장마를 일컫습니다. 장마가 내리고 나면 키 작은 고사리들이 훌쩍 자라 어제와 다른 풍경을 연출해, 제주 사람들은 그 비를 ‘고사리장마’라고 부른다는군요. 이별 후 달라진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는 촉촉하고 투명한 소리들이 곡에 생생함을 더합니다. 이제 무슨 곡을 불러도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감을 주는 장필순의 몽환적인 목소리에선 대가의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 아마도이자람밴드 ‘산다’=“느닷없이 이별을 당해도/내 편인 줄 알았던/시간이 모두 흘러도/다정했던 사람들/모두 떠나가 버려도/아름답던 세상이 모두 검게/내 것이 아닌 듯 변해도/산다 모두들 살아간다”
기존의 아마도이지람밴드를 생각하고 이 곡을 듣는다면 꽤나 놀라울 것입니다. 사이키델릭 록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연주와 힘껏 내지르는 이자람의 보컬은 이전에는 듣기 어려운 것이었으니까요. 특히 밴드가 2년 전 발표한 첫 정규앨범 ‘데뷰’의 다소 수줍었던 사운드를 생각한다면, 이번 싱글에 담긴 음악은 파격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파격보다 앞서 와 닿는 것은 원초적인 에너지입니다. 변화의 움직임은 밴드가 지난해 발매한 미니앨범 ‘크레이지 배가본드’에서 이미 감지됐죠. 당시 천상병 시인의 시를 매개로 자유로움을 내보였던 밴드는 이번 싱글을 통해 그 자유로움을 거리낌 없이 내보입니다. 밴드는 이 자유로움을 극대화하고자 스튜디오에서 펼친 연주를 편집 없이 그대로 담아냈죠. 이는 밴드가 전방위 아티스트 이자람의 존재감을 넘어 온전한 밴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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