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벌어질 일” 코코사태를 바라보는 개그맨들의 시각은?

공동대표의 횡령 및 도주, 소액 주주와 김준호 측의 분쟁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던 국내 최대 코미디언 소속사 코코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5일 법원의 파산 결정으로 7개월 간의 소란스러웠던 시간을 마무리했다.

2011년 5월 설립한 코코 엔터테인먼트는 개그맨 김준호가 콘텐츠 부문 공동대표로 참여, 이번 사태 이전까지 코코는‘김준호 소속사’로 불렸다. 7개월의 분쟁 끝에 결국 파산에 이르게된 ‘코코 사태’를 바라보는 동료 개그맨들의 시각은 복잡다단하다. “언젠가는 벌어질 줄 알았다”며 “한국 코미디산업 구조에서 개그맨 기획사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은 오랜 시간 증명됐다”는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개그맨 전문기획사는 배우, 가수 등과는 또 다르게 국내 코미디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바라봐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공개코미디가 개그맨들의 유일한 활동 창구로 업계를 장악하고, 방송사는 매니지먼트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개그맨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했다. 공채 개그맨 시스템은 서로의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한 쪽에선 방송사의 권력이었으며, 또다른 쪽에선 ‘예능국의 인큐베이터’였다. 공채 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신인들은 1~2년간 방송사에 소속돼 활동하고, 방송사는 이들을 스타로 만드는 과정에 관여한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출연권을 쥐고 체계화된 시스템 안에서 개그맨들을 통제했다. 타방송사 출연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과의 인터뷰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제작진의 관리를 받았다. “인터뷰를 하려면 먼저 제작진의 허락을 맡아야 하며, 내용 역시 다른 것은 상관없지만 제작진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럽다. 한 개그맨이 과거 인터뷰에서 제작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재는 이들의 활동 폭이 넓어졌으나, 일등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쏠림현상이 극심했던 국내 코미디 업계의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 사정은 이렇다.

개그맨들이 ‘뭉쳐야 산다’며 서로의 힘을 한 데 모은 것은 권력관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003년 스타밸리를 시작으로 개그맨들은 그들의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관계자와 선배 개그맨 위주로 후배들이 모였다. 박승대(스마일매니아), 박준형(갈갈이 패밀리), 컬투에 이어 김준호(코코)가 대표적이다. 


한 개그맨는 “코코 엔터테인먼트는 후배 개그맨들의 권익을 보호해주기 위해 김준호를 중심으로 뭉친 소속사였다. 부당한 대우 등이 불거질 경우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코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코미디언 40여명이 소속된 국내 최대 기획사답게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대다수 연기자들의 소속사였다. ‘웃찾사’, ‘코미디빅리그’에 출연 중인 연기자도 소속돼있었다.

같은 연예인이지만 개그맨의 경우 방송사와의 특수관계로 얽혀있고, 활동창구가 적어 TV출연은 하늘의 별따기다. ‘개콘’에 입성하기 위해 KBS 공채 개그맨이 되는 것은 방송 출연 한 번 못 하며 프로그램의 폐지를 걱정해야하는 타사 개그맨들에게도 꿈이 됐다. 지난해 ‘상도덕’ 논란은 이 때문에 빚어졌다. SBS 공채 9기 출신 김승혜가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신입으로 응시해 합격한 사례가 화제가 되면서다. 그 이전엔 ‘웃찾사’ 출신의 한 개그맨이 ‘개콘’ 공채 시험에 ‘웃찾사’에서 짰던 코너로 지원했던 것이 뒤늦게 확인되며 합격이 취소되기도 했다. “너나없이 ‘개콘’만 가려고 하니 당연히 프로그램 제작진과 방송사의 권력이 커질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방송사의 입장은 또 다르다. 한 관계자는 “개그맨 기획사의 덩치가 커질수록 이들이 프로그램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2003년 SBS 웃찾사 출범 당시 심현섭 이병진 등이 소속돼 ‘개콘’의 중심이 됐던 스타밸리가 ‘개콘’을 떠났던 사례가 그렇다.

한 방송사에 물량을 공급하는 개그맨 기획사에 ‘일감 몰아주기’가 시작되면 비슷한 사태는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온다. 당시 ‘개콘’은 박준형의 갈갈이 패밀리와 다시 손을 잡고 ‘웃찾사’와 경쟁했고, 야심차게 출범했던 ‘웃찾사’는 2005년 초유의 사태에 휩싸였다. 2003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SBSi와 선배 개그맨 박승대가 대표로 있는 스마일매니아와 삼자계약을 맺으며 활동하던 ‘웃찾사’ 출연 개그맨들은 2005년 노예계약을 폭로하며 연예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사태는 ‘웃찾사’를 폐지의 길로 이끌었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엇갈려 있지만, 개그맨 기획사의 성공사례가 드물다는 점은 제대로 된 경영 전략의 설립해야할 필요를 요구한다. 코코 사태를 바라보며 일각에선 개그맨들의 매니지먼트만으로는 존속할 수 없으며, 일본 최고 개그맨 소속사 요시모토 흥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인 발굴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관여하는 요시모토 흥업은 이 같은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코미디언들의 활동폭을 넓히고, 콘텐츠를 통한 부가수익도 낸다. 한 개그맨은 “국내 시장의 경우 방송사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역시 방송사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다. 여기가 아니면 다른 창구는 없으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며 “콘텐츠의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겸하는 기획사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개그맨 기획사 역시 또 다른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어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가질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개그맨은 “개그맨 기획사의 경우 자기 울타리, 자기 식구 챙기기 경향이 크다”며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끌어안아 희생하려고 하는 사례도 나온다. 전문가 영입 등 외부인력을 기용하며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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