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 한인회장들 “하루빨리 미주총연 통합하라”

6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3층 코스모스홀. 미국에서 온 60여 명의 한인회장은 이곳에서 ’2015 세계한인회장대회’ 프로그램의 하나인 ‘북미 지역별 현안 토론’을 열었다.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의 특강에 이어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 분규 수습을 위한 토론회’가 펼쳐졌다. 그러나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진행자와 간사 선출부터 팽팽한 주장만오가며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미주총연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냐”라는 질문으로 말문을 연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은 “재미동포가 똑바로 가려면 미주총연이 바로 서야 하는데 양쪽이 소송전을 펼치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앞날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병렬 테네시주 멤피스 한인회장은 “미주총연이 분규 단체로 지정돼 이번 한인회장대회에 초청받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오늘 우리가 토론을 통해 모은 의견을 양측에 제시해 해결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20여 분간 고함을 주고받은 뒤 가까스로 진행자와 간사가 결정되고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변재선 휴스턴 한인회장은 “우리가 뭘 결정한다고 해서 법적인 효력이 없고 다만 여론을 모으는 것일 뿐”이라며 “양측이 싸우도록 내버려 둔 채 2년 뒤 다시 선거하면 된다”고 한숨 섞인 말을 털어놓았다.

김재욱 페더럴웨이 한인회장은 “분규 자체가 몇 년을 끌어온 상황인데 당사자도 없이 이 문제를 두고 토론한다는 것은 엄청난 시간 낭비”라며 다른 주제로 토론하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토론회에서는 양측이 주장하는 사안을 그대로 되풀이해 발표하는 사례도 있어 대리전을 방불케 했다. “지금부터 3개월 안에 통합하지 않으면 ‘미주한인회장 현직협의회’를 만들어 다시 회장을 선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 재외동포재단과 전직 회장단의 중재 노력에도 수습 가능성 불투명

미주총연은 지난 6월 4일 외교부로부터 ‘분규 단체’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는 미주총연 임원들의 초청이 제한됐다. 다만, 재외동포재단은 김재권과 이정순 측 대리인들을 대회 기간에 서울로 불렀다. 양측의 주장을 듣고 접점을 찾아보려는 시도였다.그러나 김재권 측은 5일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정순 측은 행사장을 찾는 대신 서울 양재동의 재외동포재단 건물 앞에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10여 명이 “(미주총연을) 분규 단체로 지정한 조규형은 물러나라”며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이어 외교부로 달려가 “분규 단체 지정 철회”를 요청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같은 시각 김재권 측은 미국에서 온 한인회장들에게 “모든 걸 내려놓고 선거를 통해 다시 인준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19일 LA 가든 스위트호텔에서는 미주총연 전직 회장들이 모였다. 이도영·조도식·이민휘·신필영·이오영·김영만·유진철·김승리 전 회장 등 8명이 ‘미주총연 통합을 위한 수습대책위원회’를 연 것이다.김승리 전 회장이 마련한 이 회의에는 전직 이사장, 회칙개정위원회 위원장, 지역 연합회 회장 및 이사장, 한인회 원로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초청됐고 이번에 서울 한인회장대회에도 참가한 김영만 전 회장은 “김승리 전 회장이 이정순 회장을 만나 10월 20일까지 설득하기로 했다”면서 “통합을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찾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13∼15일 서로 만나기로 구두 합의한 상태”라며 “만일 통합 방안이 잘 나오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고, 안 나오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다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전직 회장단이 수습 방안을 논의할 그 시간 미주총연 회관 위원회도 이사회를 열고 “오는 20일까지 회관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이정순 회장은 나가야 한다”고 압박했다.재외동포재단의 조정에 응해 방한한 김재권 측의 폴 송 사무총장은 “우리는 적법하게 당선돼 정통성이 있지만 미주총연의 화합을 위한다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전직 회장들이 내놓는 대책안에 무조건 따를 용의가 있으며 재선거도 하라면 다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이정순 측 인사와는 이날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할 수 없었다.

▲임시총회 소집 요구 둘러싸고 분쟁 격화

미주총연의 갈등은 지난해 9월 김재권 측 인사들이 이정순 회장에게 임시총회를 요청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미주총연은 60명이 공증 서명하면 임시총회를 열도록 돼 있다. 당시 131명이 재정 보고, 정회원 명단 발표, 김재권 씨의 정회원 등록을 요구하며 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이다.그러나 이정순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수감사절 이후인 12월 29일 임시총회를 소집했다. 김재권 측은 9일 전 통보해야 한다는 사항을 어긴 것은 물론 시기도 적절치 않다고 즉각 반발해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총연을 사랑하는 모임’(총사모) 대표인 국승구 전 서남부연합회장은 “우리가 인터넷으로 투표한 결과 98%가 ‘이정순 회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응답해 이를 토대로 70쪽에 달하는 탄핵 소추안을 미주총연 안에 있는 상설기구인 조정위원회(위원장 이민휘)에 제출했다”면서 “이 위원장이 받아 이정순 회장에게 통째로 넘겨줬는데 이를 무시하고 2월 23일 시카고에서 25대 상임이사회를 소집해 탄핵소추안은 유야무야됐다”고 설명했다.상임이사회에서는 김재권 씨와 유진철 전 회장의 영구제명과 함께 국 대표 등 2명에 대한 조건부 영구제명을 결의했다.

또 미주총연 현 이사장을 회장 선거관리위원장 대행으로 선출하자 각 연합회장이 회칙 규정을 어겼다며 일제히 들고 일어나는가 하면 대도시 한인회장들은 개별적으로 조정위원회에 또 회장 탄핵안 제출했다.그러자 이정순 측은 이민휘 조정위원장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조정위는 선관위원을 뽑아 총회를 소집해 선관위가 두 군데가 생겼다. 양측 후보가 무투표 당선했고, 미주총연은 결국 둘로 쪼개진 상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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