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에는 상식 밖의 사건들이 수없이 벌어지며 그에 따라 사건에 대한 상식 밖의 대처 또한 발생하고 있다.
28일 개봉된 영화 ‘어떤 살인(감독 안용훈)’은 실제 일어난 상식 밖의 사건(성폭력 사건)과 상식 밖의 대처(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를 모티브로 하여 탄생한 영화로 언어장애가 있지만 게임 디자이너의 꿈을 향해 살고 있는 20대 여성 ‘지은(신현빈 분)’을 중심으로 지은이 어느 날 집으로 향하던 골목길에서 성폭행을 당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한 안용훈 감독은 “작품을 구상하던 당시 사회의 성폭력 사건에 관한 어처구니 없는 대처, 판결들을 보며 요즘 들어 증가한 범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며 “상상할 수 있는 테두리를 훨씬 넘어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연출하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안 감독이 작품을 그릴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건은 2008년 ‘청바지’ 성폭행 사건에 대한 실제 판결이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청바지를 입었기 때문에 성폭행 죄 성립은 불가하다며 가해자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감독은 이 사건을 영화 속에 그대로 반영했다. 극 중 성폭력을 당하고 두려움에 떨며 경찰서를 찾은 지은이 경찰에게 들은 첫마디는 위로의 말도, 범인을 잡겠다는 다짐의 말도 아니었다. 경찰의 첫마디는 “청바지 입으셨네? 치마도 아니고 꽉 낀 청바지 벗기기 쉽지 않을 텐데…”였다.

이 장면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즉각적인 대처와 보호를 하지 못하는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부분이다. 더불어 극 중 지은이 세상
과 등을 지고 전혀 다른 삶을 살게 하는 시발점이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 속 피해자가 믿을 수 없는 사회를 대신해 스스로 가해자를 벌한다는 점은 우리 속을 시원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현실 사회의 성폭력 대처 실태로부터는 그런 통쾌함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저 또 다른 지은이가 생겨나지 않길 바랄 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실제 사건과는 전혀 다른 결말로 우리에게 통쾌함과 안타까움을 안기는 ‘어떤 살인’은 오늘(28일) 개봉,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이슈팀기자 /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