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출연하는 버라이어티 예능은 강호동이 메인 MC를 맡아 진행까지 맡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진행자가 없고 강호동도 8명의 출연자중 한 명이다. 결국 강호동이 앉은 자리는 A석이 아닌 B석이다.
과거 예능에서는 강호동이 멤버들을 쥐락펴락하며 가지고 놀았다면, 이제는 멤버들이 강호동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여기서 강호동의 틀에 박힌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 나올 수있다.

‘아는 형님’은 인생을 살다보면 사소하지만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질문들을 던져 답을 찾아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답보다는 그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과 방식에서 나오는 재미가 이 예능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결정지을 것 같다.
1회에는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출연진들의 무질서한 첫 만남에 이어 기상천외한 실험을 펼쳤다. 이들은 ‘남자의 자존심’인 싸움, 정력, 소변 오래 참기, 외모 등과 관련된 질문에 실험을 통해 나름의 답을 찾아 나섰다. ‘고속도로에서 소변을 참는 방법’이라는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물 2리터를 마시고 달리는 차안에서 소변을 참고, 정력을 증명하기 위해 무릎위에 날달걀을 놓고 버티는 실험을 했다. 서장훈의 쌍꺼풀 수술 여부를 놓고 몰래카메라가 진행되기도 했다. 어찌보면 쓸데없는 질문과 궁금증이기도 하지만, 이건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맏형 강호동과 7명의 동생들은 각자 살아온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그런데 강호동은 후배들로부터 ‘신서유기’보다 훨씬 더 자주, 더 강도 높은 놀림을 받는다.
김영철에 따르면 지금까지 3차례 녹화를 했는데, 강호동 보다 한 살 어린 ‘가부키 김’ 김세황을 제외하고는 6명의 후배가 모두 강호동을 만만하게 본다는 것이다.
서장훈과 김희철은 각자의 방식으로 강호동을 놀리고 구박한다. 두 사람은 강호동의 열정적인 진행을 “옛날 진행” “촌스럽다”며 타박했고, 이에 기분이 상한 강호동은 “미래 예능인들이 다 해보라”며 발끈해 재미를 더했다. 김영철은 ‘호동이의 밥’, 이수근은 ‘동네 욕받이’로 각각 캐릭터가 설정돼 있지만, 이제 이들도 강호동에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김영철은 “호동이 형이 무시당할 짓을 하더라”라면서 “나는 호동이 형이 간식처럼 드시는 밥이었고 너무 놀리면 집에 갈 때 분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너무 편하다”고 했다. 김영철은 이제 강호동이 뭘 말하면 간간이 “형, 그게 뭔대?”라고 대꾸한다. 이수근은 “공백기가 있었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별로 부담감이 없다”면서 “내가 하는 일이 웃음을 주는 일이다.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다.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강호동은 ‘신서유기’에서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배로, 막내 이승기나 후배 은지원에게 구박 받는 모습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아는 형님’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여운혁 CP가 제작발표회에서 “강호동 씨를 모시는 데 힘들었던 만큼 많이 괴롭혀 드리겠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강호동이 뭘 하자고 하면 후배들이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 강호동이 “가자”고 하면 “조금 있다 가자”라고 토를 단다. 이 과정에서 ‘동네북’ 강호동은 구박받는 상황과 이에 대한 분노 같은 게 여과없이 드러난다. 강호동은 자신이 옛날 사람임을 인정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강호동의 러더십이 추락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과거에는 리더가 선봉에 서 이끌었다면 이제는 옆이나 뒤에서 받쳐주면서 상황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게 리더다.
강호동은 권위가 떨어진 게 아니라 권위주의가 떨어진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1인자가 아닌 강호동이 처한 현재의 모습 그대로의 리얼이어서 시청자의 몰입도가 생기게 된다.
강호동은 예능을 아직 모르는 ‘예능 예비군’ 민경훈에게도 당했다. 이러다가는 ‘섹시한 촌놈’ 황치열한테도 멀지 않아 구박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강호동은 여기서의 캐릭터인 ‘사랑받고 싶은 형’은 달성될 수 있다. 강호동의 새롭게 변화한 리더십의 진수를 ‘아는 형님’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