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춘할망’ 그녀 ②] 김고은, “‘은교’ 찍으며 이해한 할머니에게 ‘계춘할망’을 바칩니다”(인터뷰)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교복을 입은 김고은(25)이 낯설지 않다. ‘은교’(2012)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번엔 ‘불량소녀’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이야기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영화를 보면서 덜컥 눈물이 났다. 할머니가 잃어버린 손녀와 재회하는 이야기가 자칫 ‘신파’로 흐르지 않게 감정을 절제하고 찍은 장면이 많았는데도 말이다. ‘계춘할망’(감독 창)에서 손녀 혜지 역할을 맡아 개봉을 앞둔 김고은을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많이 절제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감정이 과잉되게 느껴지지 않도록요. 그런데 할머니가 제 그림을 보는 장면에서 울컥했어요. 개봉 전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아주 좋네요.”

19일 개봉하는 영화 ‘계춘할망’에서 손녀 혜지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은교’ 이후에도 ‘몬스터’(2014), ‘차이나타운’(2015), ‘협녀:칼의 기억’(2015) 등 영화,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까지, 출연한 작품은 많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중에게 ‘은교’에서의 은교를 뛰어넘은 김고은의 모습을 덧입히지는 못한 그다.

전작들이 크게 흥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계춘할망’을 찍은 것은 욕심을 덜어 낸 선택이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반가웠어요. 지금까지 스릴러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자주 보다가 이런 영화가 들어왔을 때 반갑더라고요. 또 그 아이(혜지)의 감정 변화와 같은 것들이 저도 겪었던 감정들이었고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손녀. 영화 속 혜지의 모습이 지금 김고은 그대로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 할머니와 6년째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의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죠.” 그가 회상했다.

“일 년에 한두 번 보던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제가 예술대학교를 다니니까 연습을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곤 했죠. 할머니가 ‘잠을 못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라는 말이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중엔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그 시기도 지나가고 저도 일을 하게 되면서 ‘은교’라는 작품으로 할머니를 이해했던 지점이 많았어요. 시간이 지나가며 사랑도 깊어지고요.”

19일 개봉하는 영화 ‘계춘할망’에서 손녀 혜지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김고은은 “‘계춘할망’은 할머니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특별히 할머니를 떠올리고 감정이입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대신 현장에서 할머니 역의 배우 윤여정과 자연스런 호흡을 맞췄다는 것.

“전체 대본 리딩할 때 뒷부분에서 윤여정 선생님과 제가 굉장히 많이 울었거든요. 저도 모르게 감정이 확 이입됐어요. 윤여정 선생님은 정말 따듯하신 분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유머감각이 있으셔서 빵빵 터지고. 항상 도시락을 싸 오셨는데 반찬이 너무 맛있어서 한 번 맛본 후에 ‘밥차’ 밥을 한 번도 안 먹었어요.”

김고은은 데뷔작인 ‘은교’부터 지금까지 “학생에서 프로연기자로 가는” 과정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은교’라는 작품은, 제가 학생이었을 때 찍은 것이라 그 누구도 나에게 프로로서의 자세를 바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열심히 연기만 하길, 감정에 충실하기만 하길 바랐고 그만한 배려 속에서 전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재밌게만 촬영했죠. 촬영하다 제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고 하면 정지우 감독님이 촬영을 중지시키고 서너 시간씩 얘기하고 그랬거든요.” 

19일 개봉하는 영화 ‘계춘할망’에서 손녀 혜지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은교’ 이후 독립 단편이나 장편 영화를 겪고 다시 상업에 도전하겠다는 그 나름의 계획도 틀어졌다. 일년 반을 쉬고 다시 돌아온 ‘몬스터’ 때나 ‘차이나타운’ 때나 “칭찬받을 생각 하지 말고 프로로 하자”는 다짐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간절했던 것은 “좋은 선배님들과 현장에 같이 있는 것”이었다고 했다.

김고은의 소원은 어느정도 이뤄진듯 하다. 상대 배우만 박해일, 김혜수, 전도연, 윤여정 등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시 하라고 해도 그렇게 할 것 같아요. 얻은 게 너무 많기 때문에요.”

김고은은 오랜만에 차기작 계획 없이 푹 쉬는 시간을 갖는다.

“작품이 없어서 머리를 자른 거에요.(웃음) 작품 사이 시간이 날 때는 있었어도 항상 차기작이 있어서 마음 편히 쉬진 않았는데, 지금은 없으니까 낯설기도 하면서 잘 지내보려고요.”

jinlee@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