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6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올해의 ‘서재페’가 시작을 알렸다. 올해 10주년을 맞아 처음 특별 전야제를 열었다. 해드 라이너 데미안 라이스를 포함, 바우터하멜, 제이미 컬럼, 킹스오브컨비니언스가 전야제 라인업으로 낙점돼 기대를 모았다.
발 빠르게 좋은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은 돗자리 위에 누워서 무대를 바라보거나 김밥, 샌드위치 등 도시락을 꺼내 저녁을 먹고 있었다. 아직 누그러지지 않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덮고 잠을 청한 사람도 보였다. ‘불금’에 취해 해 지기 전부터 맥주를 여러 잔 비운 사람들은 이미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었다. 와인 잔까지 챙겨와 삼삼오오 좁은 돗자리에 모여 앉아 와인파티를 벌인 곳도 있었다. 평일 저녁인 탓에 이제 막 퇴근해 들어온 사람들도 넥타이를 풀고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페스티벌 안에 녹아 들었다.
“30분이나 늦었어요. 한 달에 한번 쓸 수 있는 조기퇴근 써서 그나마 일찍 온 거예요.” 직장 동료들끼리 매년 왔다는 회사원 하주희(29ㆍ여)씨도 늦은 사람 중 하나다. ‘서재페’는 타 페스티벌에 비해 연령대가 조금 높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이 가장 많다. 덕분에 7시가 넘어서까지도 뒤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연령대가 높아서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다른 페스티벌은 시끄럽고 공연 예절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좀더 무겁고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거 같아요.” 지난해 11월 라인업도 안보고 등록했다는 9년 차 직장인 최유정(31ㆍ여)씨가 ‘서재페’에 매년 오는 이유다. 올해 첫 전야제를 보기 위해 휴가까지 냈다고 한다. 벌써 4년째, 내년에도 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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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프라이빗커브 제공] |
오후 8시 30분께 야외무대는 마지막 제이미 컬럼의 공연으로 클라이맥스를 달리고 있었다. 급기야 일어나서 열정의 피아노 연주를 선보여 관객석도 들썩였다.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그때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가까이 와서 좀 해볼까요?” 제이미 컬럼과 밴드가 무대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재즈의 꽃 콘트라베이스와 트럼펫 소리에 스탠딩 석도 피크닉 석도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맥주는 더 달콤했다.
9시 10분께 사람들이 하나 둘 돗자리를 접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제 데미안 라이스 보러 가야죠.”(하주희(29·여)) 민족 대이동을 방불케 하는 행렬이었다. 사람들은 썰물처럼 야외무대를 벗어나 체조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오후 9시 30분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예정된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체조 경기장은 데미안 라이스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차기 시작했다. 공연이 임박한 30분께, 이미 스탠딩 석은 가득 찼고 좌석도 반 이상이 찼다. 2013년 폭우 속의 공연으로 각인된 ’쌀 아저씨‘는 이날 ’서재페‘를 찾은 관객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다린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곧 쇼가 시작됩니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데미안 라이스의 육성이 공연 시작을 알렸다. 어깨에 통기타를 매고 무대 위로 데미안 라이스가 걸어 나왔다. “굿 이브닝(Good Evening)” 데미안 라이스의 첫 인사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시 보게 돼서 반갑네요(Nice to see you again).” ’서재페‘에 재 방문한 데미안 라이스의 위트 있는 인사에 객석도 답했다. 한 관객이 이에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Nice to meet you, too)”라고 말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데미안 라이스였다. 첫 곡부터 클라이맥스에서 1분 넘게 음을 끄는 기교를 보여주더니 땀 범벅이 될 만큼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감미로운 발라드와 페스티벌에 맞는 일렉 소리로 줄타기를 하며 관객석을 들었다 놨다 했다. 기타 전주만 듣고도 사람들은 무슨 노래인지 알겠다는 듯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클라이막스는 데미안 라이스의 대표 곡 중 하나인 ‘볼케이노(Volcano)’였다. “좀 도와줄래요?” 데미안 라이스의 요청에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떼 창을 부르기 시작했다. “왓 아이 엠 투유~(What i am to you~)” 체조 경기장은 아이돌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추임새까지 모두 따라 부르자 데미안 라이스가 활짝 웃어 보였다. 그렇게 곡이 끝날 때까지 데미안 라이스와 관객들의 목소리는 함께 화음을 이뤘다.
마지막 곡을 마치고 돌아서는 데미안 라이스 뒤로 “앵콜”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내 데미안 라이스는 다시 무대 위로 나왔다. “너무 많은 관객들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노래로 또 만나길 바랍니다. 굿 나잇(Good Night).” 관객들은 하나 둘 휴대폰을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객석은 휴대폰 불빛으로 물결을 이뤘다. 떼 창에 이어 아이돌 공연 급의 관객이었다. 데미안 라이스의 인기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마지막 앵콜 곡은 ’캔 테이크 마이 아이스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였다.
이날 데미안 라이스 공연을 끝으로 ‘서재페’의 10주년 전야제가 막을 내렸다. “기타 전주 소리만 듣고도 ‘아’하면서 소름이 돋는 거 있죠. 친구가 데미안 라이스는 꼭 보고 오라고 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진짜 좋았어요.”(민정현(27ㆍ여)) “매년 오는데 이런 전야제는 처음이에요. 일주일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진짜 최고였어요. 모든 스트레스가 날라갔네요.” (송민철(31)) 데미안 라이스의 무대로 ‘서재페’의 전야제는 막을 내렸다. 아직 이틀의 공연이 남았지만 이날 밤 전야제의 여운은 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