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현이 악역을 소화했다는 것의 의미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 모델 출신 배우는 훤칠한 외모가 도움이 되지만,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극성을 추구하는데 방해가 될 때도 있다. 악역에 도전하기도 수월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점에서 모델 출신인 배우 홍종현(26)은 처음 도전한 악역으로도 인상을 남겼다. 그는 최근 종영한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형제를 죽이며 황위를 지키려는 악역 왕요를 잘 소화해냈다.

이 드라마의 남자 배우, 특히 많은 황자들은 이준기와 강하늘에게 존재감이 가려질 수 있지만 고려 3대왕이 되는 왕요는 캐릭터를 제대로 알렸다.

“악역이 처음이었다. 악역을 안해본 데서 오는 불안감이 있었다. 악역이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조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홍종현이 맡은 왕요는 욕심이 많고 어릴 때부터 황자 수업을 받은 캐릭터였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남의 것을 뺐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냉혈한이었다. 중반에는 형제를 죽이는 사이코 같은 면을 보였다.

왕이 되고 난 홍종현은 유일한 우군인 엄마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홀로 남았다. 미신에 의존하면서 그때부터 최후 순간까지는 연기하는 데 창의력이 필요했다.

“사전제작이라 피드백이 없어 내가 잘 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나름 발산이 잘 된 것 같다.”

시청자들이 왕요가 죽은 줄 알았는데 엄청난 변신으로 다시 살아 돌아왔다. 아이라인을 그리고, 수염을 길렀다.

“2년이 지난 세월이었다. 왕요가 어떻게 지내왔을지를 생각해봤다. 산적 머리처럼 하고 캐릭터 변화가 많았다. 조금 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다행히 좋게 봐주신 것 같다.”

홍종현은 어릴때 14황자들과 어울리지 않는, 스스로 따돌림을 자초한 캐릭터였다. 후반 황자들간의 권력암투에서도 그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후반 왕요가 무너져갈때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악역이다 보니 상대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제작이다 보니 상대배우와 스태프들과 친해진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가 적응하기 좋았다”고 말했다.

홍종현은 악역을 입체감 있게 소화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게다가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중국에 최고가에 팔렸고, 많은 중국인이 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것도 홍종현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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