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임창정표 발라드, ‘올드’하지 않는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1990년대말 임창정은 가요계 정상에 있었다. 정확히는 1997년 3집 수록곡 ‘그때 또 다시’라는 발라드를 통해서다. HOT와 젝스키스가 댄스계 이상 비대 현상을 유발시키며 댄스계 지분을 양분하고 있을 때도 임창정은 발라드로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했다.

작곡가 김형석이 좋은 멜로디를 만들어냈고, 박주연이 가사를 쓴 이 노래는 임창정의 애절 보이스를 통해 특유의 호소력을 배가시켰다.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들어봐도 아주 훌륭한 발라드다.

그리고 2003년 10집 타이틀곡 ‘소주 한잔’으로 다시 발라드계를 평정했다. 술 취하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전화했다가 술 깨면 후회하는 이 버릇, 또는 술 먹고 전화했더니 번호가 바뀌어져 있는 상황은 많은 남자들을 공감하게 했다.


그리고 임창정은 오랜 기간 ‘잊혀진 발라더’였다. 배우와 가수를 겸업하던 그가 가수 은퇴 선언을 했기에 임창정표 발라드는 흐름이 끊어지는 듯 했다.

그러던 그가 2015년 ‘또 다시 사랑’, 2016년 ‘내가 저지른 사랑’으로 오랜 기간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역시 노래와 가창만의 힘이었다. 임창정은 꽃미남이나 발라드 왕자형 비주얼이 아닌, 어디서건 망가질 수 있는 서민형으로서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임창정이 그 이후 1년만에 두번째 미니앨범 ‘그 사람을 아나요’를 내놨다. 타이틀곡 ‘그 사람을 아나요’와 ‘너를 꺼내는 이유’, 제이닉과의 듀엣곡 ‘가지 말아달라 해요’ 등 3곡이 실려있다.

‘그 사람을 아나요’는 ‘그때 또 다시’와 ‘소주 한잔’ ‘또 다시 사랑’ ‘내가 저지른 사랑’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다. 기승전결식의 완급조절에 임창정의 애절 보이스가 가미돼 감성을 극대화 시키는, 소위 임창정표 발라드의 전형과 별로 벗어나 있지 않다. ‘내가 저지른 사랑’(임창정도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원키로 못부른다고 했다. 술 많이 먹고 플랫 되는 것 못 느낄 때 부른다고 했다)때가 고음이 많았다면, ‘그 사람을 아나요’는 고음이 조금 줄면서 감미로움이 조금 더 살아나는 듯 하다.

임창정은 올해 나이가 45살이다. 크게 변신하지 않아도 계속 노래를 내놓을 수 있고, 별로 ‘올드’하지도 않다. 우선 나이가 들어도 올드하지 않는 감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물어봤다.

“평소 발라드라는 장르에서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진실됨, 이걸 최대한 끄집어내보려고 한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차를 타고가다가 0.1초의 순간에 절절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찰라적인 순간의 감정이 오래 갈 수 있고 진정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나이가 45세지만 초등학생들이 ‘대박 임창정’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 친구들도 인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아는 듯했다. 누구를 그리워하고 아련한 느낌을 가지는 것은 10대나 50대나 인간 본연의 모습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세계만국공용어라고 생각한다. 옛날 사랑이나 지금 학생들의 사랑이나 100년후의 사랑은 똑같을 것이다. 음악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사랑에 있어서는 유행이라는 걸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임창정은 지난 1월부터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음악 작업에서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고 했다. 목관리를 위해 4년전부터 담배를 끊었다. 이어 변신에 대한 질문에 임창정은 “나는 매번 변신한다고 생각한다. 코드 변화도 주고, 그런데 막상 믹싱을 하고 나면 비슷해진다. ‘늑대와 함께 춤을’은 변신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노래마다 얼마만큼 변신하느냐에 대해서는 기자와 임창정의 견해가 달랐지만, 가수나 배우들이 변신을 강박처럼 달고 사는 상황에서 별로 변신하지 않고도 대중과의 소통을 이뤄낸다면, 그 또한 부러운 일이다. 23일 오후 6시 발표된 이번 노래의 결과치가 정확히 나오지 않아 좀 더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발표 하루만인 24일 하오 3시반 현재 멜론 8위로 성공과 실패를 말할 수 없다. 역주행 등 얼마든지 변수가 있다) 임창정의 경우는 변신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적용될 듯하다.(연기자는 차태현이 변신을 별로 안해도 되는 케이스라고 할만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임창정의 감성과 호소력이 제대로 발휘될지 매우 궁금해진다.

/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