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일상 속으로] 트라우마

사람이 살다보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되는가 봅니다. 나에게는 날씨가 화씨 100도가 넘어서 오는 더운 날이면 잊고 있다가 힘들었던 일이 트라우마처럼 떠오릅니다. 이웃 지인과 문인협회 선배님과 잘 아는 사이로 LA의 큰 기독교 교회 장로님과 권사 부부로부터 3천5백 스퀘어피트 넓이의 단독주택 리모델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방 5개에 거실과 부엌, 화장실 3개에 있는 카펫을 몽땅 들어내고 마루를 깔아야 할 뿐 아니라 실내 전체 천정에 석회 팝콘을 긁어내고 편편하게 페인트로 마감하는 하우스 리모델링을 염가로 1만5천불에 해주기로 해서 연일 화씨 90~10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에 방마다 비닐 보호막을 친 가운데 비오듯 땀 흘려가며 헬퍼 1명과 마무리지었습니다. .

집을 빨리 렌트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야 하니 마무리 청소와 일한 장비를 전부 치워달라고 해서 현장에서 철수한 뒤 공사 잔금 5천불을 지불해달라고 했더니 집세가 아직 안나갔느니, 가구 코너의 몰딩에 틈새가 있느니, 일이 매끄럽고 깔끔하지 않다느니 하면서 트집을 잡더군요. 남들은 공사 도중에 일 안하고 돈만 자꾸 달라고 하다가 일도 안하고, 재료도 안사고 도망갔다고 비난하며 나에게 마무리 일처리를 부탁한 적이 많았지만 내가 공사를 하고 이런 일을 당하긴 25년 동안 두번째다, 그까짓 명예가 뭐가 소중하다고하면서 나도 막 나가볼까 싶었지만 그동안 쌓아둔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잔금 재촉을 하며 싫은 얼굴을 했더니 “순하게 생긴 사람이…자꾸 그러면 선배나 문인 협회에 나쁜 소문을 내겠다”라며 어이 없는 말까지 던집니다. 나는 가슴을 쳤습니다. 믿고 아는 사이라서 공사 계약서를 작성 안한 것이 후회막급이었습니다. 아~ 바보야! 그러게 왜 설치니…?

그러나 습관처럼 공사 시작 전후 건물과 세세한 부분까지 사진을 찍어두는 인증촬영 버릇이 있어 꼼꼼하게 지금까지도 수십장 보관하고 있거든요. 미국생활에서 두번째로 사진을 근거로 소액 재판을 해볼까 했는데 이웃 사람이 안 줄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받을 수 없다며 소송하지 말라고 말립니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어서 전에도 몇번이고 안면을 들먹이고 해서 거의 출장비 수준으로 일해 준 적이 있었지요. 그때도 교회 나가지요? 하나님 잘 믿으세요! 어쩌구 하면서 사탕발림으로 일꾼처럼 집수리를 맡기는 등 상습적이지 않았나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입니다.

나의 노래는 향기 나는

아름다운 음율과 율동

화려하고 우아한 오케스트라는 아니다

가시나무새처럼 찔려서 죽어가는

처절한 소리는 더 더욱 아니다

방관하며 안주하며 쉬면서

안일하게 노래할 수 없는 것

터지고 막히고 깨어져

더럽고 냄새 나며 바람이 틈새로 드나 들며

낡고 으스러져 넘어지는 깃을

세워주고 깔끔하게 해주는

그냥 두기엔 손밑의 가시처럼

신경 쓰이는 것을

사랑으로 기도 하듯 꼼꼼하게

손질하며 땀을 흘리는 노래

가슴으로 듣는 음율

시를 짓는 일하는 핸디맨

껌껌한 마루밑 마루바닥 밑에서

어머님 치마 속처럼

사랑품는

손의노래

자작시-손의 노래(핸디맨 )

일에 최선을 다했는데 고생한 결과를 무시하고 도외시 당하면 그 마음은 허탈하기 짝이 없습니다. 힘겨운데 누군가에게 배신과 이용 당했다는 굴욕감까지 더 해지니까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이 나서 그 고통이 뼛속까지 스며들고 분노가 치밀어 기독교까지 부정적으로 미워집니다. 한인타운의 전통있는 교회의 장로 직분을 가진 사람이 그처럼 바리새인같은 야비한 신자라니…! 얼마 후 그 교회가 편싸움으로 갈라졌다는데 과연 밖에서 새는 바가지 안에서도 샌 격이라 봅니다. 그 이후로는 일하기 전에 종교를 들먹이는 소리가 나오면 아예 일을 시작도 않으리라 결심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날씨만 덥게 올라가면 트라우마로 가슴부터 떨립니다. 잊지 말자 다짐합니다.나한테든 누구에게든 남의 마음 아프게 하면 죄가 되어 되돌아온다는 것을…. 심은 대로 거두리라는데 나 자신도 이런 일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너나 잘해라”하고 나 자신을 토닥토닥거려봅니다.

이상태(핸디맨)

이상태/시인·핸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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