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김정은과 새해 축전 교환한 시진핑…‘한반도 문제’ 지렛대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탄생 13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중국이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이하는 북한과 ‘중조(조중) 친선의 해’를 선포하며 전략적 공조 강화를 시사하며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교적 효과에 시동을 걸었다. 동시에 북중러 밀착 구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미 대선 향방을 고려할 때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4년 새해 첫 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각각 새해 축전을 주고받았다.

북증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중조(북중) 친선의 해’로 선포했다. 지난해 북러 간 밀착 협력으로 북중러 3국 협력 구도가 형성되기는 했지만 중국은 북러와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자세를 취했다.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면서 향후 북중 관계에 이목이 쏠렸다.

시 주석은 양자 관계에 대해 “쌍방은 전략적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고 실무협조를 심화시켰으며 다무적인 국제문제들에서 조율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조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추동하고, 두 나라의 공동의 이익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조중 친선의 해’를 “국제정세가 복잡다단한 속에서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가일층 승화발전시켜 나가려는 우리 두 나라 인민의 공동의 기대와 염원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시진핑과 김정은의 친서 교환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은 역설적으로 북중 관계의 이상 기류가 완전히 없지는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며 “북러에 비해 의미 있는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중 양국이 서로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중은 올해 국제사회에서 공동의 입장을 취하면서 다방면에서 교류 협력을 지난해보다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정치, 외교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의 밀착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새 시기 새로운 정세 하에서 중국당과 정부는 시종일관 전략적 높이와 장기적 각도에서 중조관계를 대하고 있다”고 했고, “각 분야에서 공동으로 기념활동들을 진행해 중조관계 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위원장도 “두 당, 두 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왕래를 긴밀히 하고 친선의 정과 단결의 유대를 더욱 두터이 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에서 협동을 보다 강화해 나감으로써 조중 관계사에 새로운 한페지를 아로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한해를 북중 간 관계를 재정비하는 쪽에 집중하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가 어느 정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전략적, 전술적으로 다양하게 서로 협력을 하고, 국제.지역 정세에 공동 입장을 취하겠다는 내용들이 양쪽 모두 동일하게 실렸기 때문에 당대당 외교, 국가 대 국가의 외교가 지난해보다 훨씬 활성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미국 대선이 있는 올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지렛대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홍 실장은 “미 대선을 앞두고 양측이 전략적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연출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인시키는 것”이라며 “북한도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과시해 미국에 북중러가 느슨한 형태라도 공동 전선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외교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중은 올해 수교 45주년을 맞이한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양국은 정상들의 중요한 공동 인식과 성과를 진지하게 이행하고, 실제 행동으로 중미(미중)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소 존중과 평화 공존, 협력 호혜는 중미 두 강대국의 정확한 공존의 길”이라며 “신시대 중미 양국 공동 노력의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이 중요한 관계(미중)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나는 우리 전임자들과 우리가 여러 차례 회담과 토론으로 얻은 진전의 기초 위에서 미중 관계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1일 전했다.

박 교수는 “올해 선거가 많아 변수들이 복잡하고 여전히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러 간 밀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미 대선이 있어 북중 간 거친 언사가 나올성은 있지만 물밑에서 관계를 조정해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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