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 ‘폐교 위기’ 학교 속출

#. 부산 소재 A초등학교는 설립 40년 만에 폐교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전교생이 100명대로 줄면서 사실상 학사 운영은 파행이 됐다. 그러나 막상 폐교 절차는 지지부진하다. 부산교육청이 수차례 설명회를 열어 가까스로 학부모 동의를 이끌어냈지만, 이번엔 인근 주민과 상인이 지역 소외를 호소하고 나섰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폐교를 기꺼이 동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의견 수렴 절차에만 수 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저출생 여파로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선 ‘폐교’를 둘러싼 갈등도 속출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학생 수 급감으로 학사 과정 운영이 어려워진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폐교를 추진한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립학교 측에서 먼저 폐교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실제 추진은 쉽지 않다. 학부모와 동문회는 물론, 학교 시설을 함께 이용해온 주민이나 인근 상인까지 반발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학교 폐교나 통폐합 대상을 규정하는 뚜렷한 지침은 없다. 교육부는 학교 소재지에 따라 도시는 전교생 240명 미만, 면 지역과 도서 벽지 60명 미만, 읍 120명 미만인 학교를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하도록 한다. 다만 세부 기준은 각 교육청별 자율이다. 대부분 교육청은 의견 수렴을 거쳐 학부모 50% 혹은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폐교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폐교 관련 규정이 느슨한 가운데 소규모 학교는 늘어나면서 각 지역들은 폐교 절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에선 사립학교인 동명여중은 지난해 법인 측에서 먼저 폐교를 추진했으나 학부모 등 반발로 무산됐다. 동명여중이 지난해 5월 학부모를 대상으로 폐교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가 93.5%(186명)에 달해 결국 유보하기로 했다. 동명여중은 재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 경우 폐교 논의를 재개할 계획이다.

지방의 경우 폐교에 대한 반발이 더욱 극렬하다. 전교생 120여명인 대구 소재 B중학교 역시 올해 3월 통폐합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설득 과정을 거쳤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내신 문제나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 학생 수가 적을수록 선생님은 오히려 격무에 시달리는 구조이지만 학부모 동의를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B 중학교의 경우 전학을 가는 학생의 적응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학부모를 설득했다”고 했다.

지방은 학교 유무가 주변 상권과도 연계된 경우가 많다. 지방 소재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폐교한 한 학교의 경우 학교 주변에 형성됐던 상권이 위축될 우려가 커 반발이 심했다”며 “학교라는 상징적 인프라가 사라지면서 인근 일대 자체가 소외될 수 있다는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폐교를 둘러싼 갈등이 늘어나는 만큼 폐교 위기 학교들이 전통을 살리면서 역사를 이어가는 방향으로 기존 학교와의 통폐합을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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