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 2024을 통해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 센트럴시티 갤럭시 S24 체험존에서 관계자가 갤럭시S24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삼성전자가 세계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를 공개한 후, 인터넷 상에선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이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갤럭시 언팩에 참석한 사진이다. 해당 사진은 조작된 사진으로 보이지만 갤럭시 언팩을 ‘염탐’하러 오는 팀 쿡을 상상할 만큼, 이제 AI는 두 빅테크의 미래를 좌우할 자존심 싸움이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AI 대전이 뜨거워진다. 삼성전자의 선전포고가 강력하다. 세계 첫 AI폰 자리를 꿰차고 초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가는 모양새다. 글로벌 IT업계에선 애플의 반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AI 대응이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자체 AI 기술이 조금씩 베일을 벗으면서 AI 시장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를 시작으로 AI 생태계 확대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AI로 애플을 압도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세계 첫 AI폰 갤럭시 S24를 공개하는 장소로 애플의 ‘뒷마당’을 선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갤럭시 언팩이 열린 미국 새너제이의 SAP센터는 애플 본사인 애플파크와 직선 거리로 약 9.4㎞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AI 생태계 확대도 거침없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올해 안에 1억대의 모바일 기기에 갤럭시 AI를 탑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AI폰으로 애플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의 AI는 실생활과 밀접한 ‘손에 잡히는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에 시장은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갤럭시 S24의 경우 13개 언어의 실시간 통역을 제공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특히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에서 AI 기술을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반면, 애플의 반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애플은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비해, AI 행보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기류에도 변화 신호가 보이고 있다. 당장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 16에 애플의 생성형 AI 기능이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IT매체 맥루머스 등 외신은 IT 팁스터(정보유출자)로 알려진 레베그너스의 전망을 인용해 애플의 AI 기능이 아이폰 16에 독점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통신도 애플이 생성형 AI 기능을 AI 비서 ‘시리’에 탑재할 것으로 봤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AI 기능을 iOS에 포함하는 등 다양한 생성형 AI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고 예상했다.
애플의 AI 기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술도 최근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애플 AI 연구팀이 아카이브(arxiv)에 AI 연구 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휴먼 가우시안 스플랫(HUGS)이라는 논문에는 한 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3차원(3D) 아바타를 생성해 내는 기술 시연이 담겼다.
동영상에서 배경과 인물을 분리해내고 이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AI가 학습해 인물과 배경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 향후 아이폰 동영상 기능에 적용되거나 합성 미디어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연구팀은 “기존 아바타 생성 방식에 비해 HUGS는 훈련과 렌더링 속도가 최대 100배 빠르다”고 설명했다. 박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