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벤츠·BMW…. 임대주택 살면서 고가차 보유해도 4년 거주 ‘너끈’ 왜?

2022년 8월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LH 영구임대 아파트 가양 7단지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임세준 기자/jun@heraldcorp.com]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 가운데 300명 이상이 임대아파트 자격 기준을 넘는 고가 자동차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만료 전 입주자 자격 조회 기간에만 고가 차량을 보유하지 않아도 돼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LH 임대주택 입주민 가운데 311명은 입주 및 재계약 자격 기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35명은 수입차를 갖고 있다. 수입차종은 BMW가 50대로 가장 많았으며, 메르세데스-벤츠 38대, 테슬라 9대, 아우디 9대, 포르쉐 5대 등이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국민임대 아파트 입주민은 1억8000만원(이하 인정가액 기준)에 이르는 2023년식 포르쉐 카이엔 터보를 보유 중이다. 전북 익산시 오산면의 한 임대아파트 입주민은 1억원이 넘는 2022년식 포르쉐 카이엔을 갖고 있다.

또 BMW iX xDrive50(9800만원, 2022년식), 벤츠 S650(8700만원, 2018년식), 카이엔 쿠페(7800만원, 2022년식), 레인지로버(6300만원, 2021년식), 볼보 XC90(6200만원, 2023년식), 벤틀리 컨티넨탈 GT(4600만원, 2014년식) 등이 임대주택 거주자 보유 차종 명단에 포함됐다.

고가 국산차로는 제네시스 모델이 78대로 가장 많았다. 국산 전기차 브랜드 중 최대 6000만원에 이르는 EV6 20대, 아이오닉5 8대 등도 있었다.

LH는 임대아파트 자격 기준으로 소득과 함께 세대가 보유한 모든 차량의 합산 가액이 3708만원(올해 기준) 이하가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가 차량 보유자가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은 제도상 허점 때문이다.

LH는 고가 차량 보유자의 입주 허용이 논란이 되자 올해 1월 5일을 기준일로 그 이전 입주자는 차량가액 초과 시 1회에 한해 재계약을 허용하고, 이후 입주자는 재계약을 거절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최초 입주연도가 올해 1월 5일 이전이면 고가 차량을 보유해도 1회 재계약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의 입주민은 총 271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76명은 최대 2028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입주자 자격조회 기간에만 조건을 충족하면 되는 점도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LH는 입주자 재계약을 위해 계약 만료 3∼4개월 전 사회보장정보원에 입주자 자격조회를 요청하고 있다. 자격 조회 기간에만 고가 차량을 보유하지 않으면 재계약이 가능하다.

한편 계약 기간이 종료됐는데도 불법 거주하는 입주민도 40명에 달했다. 이들 중 4명은 1년 이상 장기 거주 중인 것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고가 차량을 보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와 LH는 입주자 자격조회 등을 더욱 강화하는 등 제도의 미비점을 적극 보완하여 정말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 등에 주거복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는 이에 대해 "정기적으로 등록 차량 전수조사를 시행해 입주민의 고가 차량 보유 및 주차 등을 제한 중"이라며 "임대주택 고가차량 보유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과 재계약 거절, 주차등록 제한 등을 통해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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