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검찰 이어 공수처도 출석 불응
입맛따라 ‘수사기관 쇼핑’ 현실화
피의자 법정 방어 논리 강화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 수사 경쟁이 과열 양상이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내란죄’ 수사에 뛰어들면서 자칫 ‘공소기각’ 무죄 선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과, 영장청구권이 없는 경찰, 기소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각각 수사를 벌이면서 피의자의 법정 방어 논리가 강화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조속한 특별검사 임명이 필요한데 ‘키맨’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내란죄로 피고발된 상황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8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특수본)과 경찰(공조본) 수사 경쟁의 핵심은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다. 특수본과 공조본은 윤 대통령에게 동시에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공조본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청했고, 특수본은 오는 21일 출석을 재차 요구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출석에도 불응했다. 검찰과 달리 공수처에는 연기를 요청하거나 경호 문제를 협의하는 연락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조본은 윤 대통령에게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낼지, 보낸다면 어떤 방식을 취할지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두 수사기관이 동시에 출석 요구를 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우려됐던 ‘수사기관 쇼핑’이 현실화됐고, 동시 출석 요구를 이유로 아예 출석을 피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결국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조본의 출석요구서는 아예 ‘반송’을 시킨 반면, 검찰의 출석요구에 대해선 ‘변호인단 미구성’을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대응을 했다는 점이 근거다. 또 윤 대통령이 기소권이 없는 공조본에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되면 검찰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중복 출석 요구를 이유로 아예 출석에 불응할 가능성도 있다. 또 윤 대통령이 향후 출범할 특검으로부터 조사를 받겠다고 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 시점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수사 지연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소환 통보가 중복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각각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하면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규정하고 있다. 적법 절차를 밟아 수집하지 않은 증거의 경우 법정에서 증거력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현재의 수사 상황을 두고 보면 검찰이 수집하는 증거는 향후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이유는 내란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내란죄를 수사할 경우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들이 모두 증거배척 될 개연성이 열리는 것이다. ‘위법수사’ 논란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9일 국회에 출석해 “내란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고, 검찰이 내란죄를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내란 사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 검찰청법 해석상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그러면서 “(수사 관할권은) 공소 제기 절차나 증거 능력의 적법성 문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향후 본재판에서 윤 대통령 측은 기소 자체가 위법이라는 방어 논리를 꺼낼 수 있다.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내란죄를 수사했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들은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배척돼야 하며 따라서 해당 사건은 ‘무죄’라는 반박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은 내란 수사의 권한이 없다. 잘못하면 윤석열이 공소 기각돼 무죄가 될 수도 있다. 특검을 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금규 변호사도 “공조수사본부와 검찰이 윤석열 수사를 경쟁적으로 하는 양상 때문에 나중에 기소를 하더라도 공소권 없음 판결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검 도입을 위해선 국회의 특검법 발의와 여야 협의를 통한 특검 후보군 선출, 특검 지명 등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한동훈 당대표의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국민의힘 내부 상황 등을 고려하면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한 대행 역시 내란죄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만큼 언제 신병이 ‘사고’ 상태로 바뀔지 모른다. 한 대행은 특검법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