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위협 완화 방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더크슨 상원 사무실 건물에서 열린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인사들의 한반도 관련 인식이 하나 둘 노출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내세웠던 것과 달리 트럼프 외교안보 인사들은 이에 대한 적극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오히려 ‘북핵 협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향후 한반도 전략 변화 예고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지난 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고 “남은 생애 동안 권력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40대 독재자”라며 “핵무기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 정책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어떤 제재도 (김 국무위원장이) 핵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 발언을 두고 미국이 북한 비핵화 대신 핵동결에 초점을 둔 전략변화를 염두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꼬리를 물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후보자는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헤그세스는 14일 인사청문회를 위해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북한의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와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것, 강화되고 있는 사이버 역량은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 글로벌 안정에 위협”이라고 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꺼려온 것과 다른 모습이다.
히그세스 후보의 해당 발언만으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단언할 순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주요 발언이 연이어 나온 터라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존 랫클리 CIA 국장 후보자는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어려운 국가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곧바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북한은 절대로 핵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미 백악관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루비오 지명자가 미 신행정부 대북정책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만큼 정부는 한미가 긴밀한 정책 공조 하에 북핵에 대한 조율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소통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같은 발언이 한반도 비핵화 전략 수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신행정부 취임 전 몇 인사의 인터뷰로 향후 한미간 대북정책을 가늠하는 것은 무리”라며 “우리의 북한 비핵화 목표는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 트럼프 1기때와 달리 북한의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 트럼프 후보의 북한과의 ‘담판 의지’ 등을 고려할 때 대북정책 방향이 기존 정부와 그대로 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대적인 생존전략이 아닌 상황이 됐고, 이에 따라 요구조건 자체도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낮은 수준의 접점이나 합의는 나오겠지만, 그 이상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제재 완화 등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줘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추구해왔던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성사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 미국 모두) 사실상 정권교체기라고 본다면 결국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위협을 완화시키는 방향을 추구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미관계 변화를 위기이자 기회로 삼을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