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 진격의 민주…국힘은 돌연 반대, 왜?

與, 민생경제협의체서 합의 제안
대체입법 검토…30일 당정협의
野 “폐지시 李대통령 면소” 반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위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각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거듭 공언하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면소 판결’을 거론하며 거세게 부딪히고 있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를 정기국회 내 해치우겠다는 목표로 법률적 검토 및 대체 입법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배임죄 폐지, 찬성인가 반대인가”라고 물으며 “찬성한다면 민생경제협의체 안건으로 상정하고 정기국회 내 신속히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김 원내대표는 “친기업 정당을 자처하면서 재계의 숙원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사실과 의도를 왜곡해 가면서 정치 공세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전날(22일) 최고위원회의와 이날 회의 발언까지 3일 연속 공개적으로 ‘정기국회 내 배임죄 폐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면 폐지가 적절하지 않고 경영인에 한해 상법상 배임죄를 완화해야 한다고 맞선다. 형법상 배임죄까지 폐지하면 업무상 배임 등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던 배임까지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형법상 배임죄 폐지에 반대한다. 이는 중단된 이재명 피고인의 대장동 재판 등을 아예 없애려고 하는 ‘이재명 구하기 법’이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지금 국회가 논의할 것은 배임죄 폐지가 아니다”라며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합리적 개선을 여야 민생경제협의체의 핵심 의제로 올려 논의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했다.

대표적 친기업 정책으로 꼽히는 배임죄 폐지 추진을 두고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나서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황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친기업을 강조하던) 국민의힘이 이렇게 반대할 줄 몰랐다”며 “배임죄 폐지는 기업들도 다 원하는 건데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개정안부터 비쟁점 법안까지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위한 합법적 무제한토론)를 꺼내든 상황에서 배임죄 완화까지 강행 처리하기에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형법상 배임죄 완전 폐지를 내세운 배경에는 배임죄가 그동안 ‘기업 협박용’으로 악용됐다는 시선도 깔려 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배임죄는 군부 독재 권위주의 정권의 유산”이라며 “정치 검찰은 배임죄를 악용해 기업인들을 무분별하게 기소하고 정적을 탄압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병기 원내대표는 어제 배임죄는 군부독재 권위주의 정권 유산이라며 정치검찰이 배임죄 악용해 기업인들 무분별하게 기소하고 정적탄압해왔다는 억지주장까지 펼쳤다”며 “그러면 20년 차 변호사를 자처하며 배임죄 처벌이 사법남용이란 건 별 해괴한 소리라고 한 이 대통령은 그동안 군부독재 유산 두둔한 것이냐”고 맞섰다.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 연장선상에서도 배임죄 폐지는 민주당이 처리해야 할 법안이다. 주가 상승 분위기가 마련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두 차례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처리로 좁아진 기업들 운신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점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배임죄 폐지는 기업을 위한 법”이라며 “투자에 대한 기대치를 제한하는 배임죄를 그대로 놔두고 기업들이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에서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배임죄 관련 법률 및 판례를 분석하고 대체 입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정부 TF의 사전 보고를 받고 30일 배임죄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어 배임죄에 관한 합의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주소현·김진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