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기업들 “금융 지원 불확실성 해소…무조건적 압박은 부적절” [석화기업 채권단 자율협약]

금융권 기업들 자구노력 전제로 금융 지원 약속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석화 업계 계획 아직 부족”
석화업계 “설비 통합에 오랜 시간 걸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산업 구조혁신 지원 금융권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 후 시중 은행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금융권이 30일 기업들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석유화학(이하 석화) 재편 과정에서의 금융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기업들은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무조건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화 기업들은 앞서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전기료 감면 외에도 선제적인 금융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한 석화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구체적인 방향성을 밝힌 만큼 금융 지원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는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업구조 재편이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석화업계가 제시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부족하다”며 “시장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기업의 의지와 실행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그림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석화 기업들은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생산라인 상황이 다른 만큼 이른 시일에 합의안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인데, 무조건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석화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석화 사업 재편은 단순히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넘어 기업 간 설비 통폐합까지 논의될 수 있다”며 “기업 간 설비 통폐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노사를 설득해야 하는 등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 무조건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금융권에서 지원 방향성을 발표한 만큼 석화 기업들의 사업 재편 논의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석화 기업들에 최대 370만톤 규모의 나프타크래킹센터(NCC) 감축을 요구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와 함께 NCC 통합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고, LG화학과 SK지오센트릭 등 다른 석화사들도 NCC 감축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한국화학산업협회 주최로 주요 석화업체 10곳의 사업재편 담당 실무자를 대상으로 사업재편 계획서 작성을 위한 컨설팅이 진행됐다.

다만 정부와 금융권 모두 석화 기업들의 자구 노력을 강조한 만큼 석화 기업들은 당장 유동성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석화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으면 실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롯데케미칼 등은 올해 3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석화 공급과잉 주범인 중국이 일부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논의하는 등 긍정적인 소식이 있지만, 중동에서 석화 생산라인 증설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시황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석화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들이 무조건적으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만큼 석화기업들은 재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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