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대표선수 보란듯…美中 힘겨루기에 韓기업 ‘살얼음’[中, 한화오션 美자회사 제재]

미·중 갈등 유탄 맞은 K-조선 ‘긴장’
당장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불안 확산
조선 이어 반도체·車로 제재 확대 가능
재계 “국익 위해 정부 적극 대응 필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선박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해운·조선업 분야에서 갈등을 빚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사진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상징으로 부상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한화 필리조선소 모습 [한화오션 제공]


중국이 돌연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 재점화된 통상 갈등의 유탄을 한국이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자국산 선박에 부과된 미국의 입항 수수료에 대한 반격으로 미국 내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을 타깃을 삼은 셈인데,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미·중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들 회사들은 중국과 직접적인 교류가 없어 실제 피해 수준은 경미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이번 조치를 보여주기식 경고성 결정으로 해석한다면 중국의 제재가 한화오션 본사와 국내 다른 조선업체를 넘어 한국의 다른 산업군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제재에 포함된 한화의 필리조선소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정부가 미국과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서 핵심 지렛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이번 제재가 단순한 기업 차원의 조치가 아니란 점에서 국익 방어 차원에서 정부의 단호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국 상무부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한화오션 미국 내 자회사 5곳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 제재 대상은 한화 필리조선소를 포함해 한화오션의 미국 해운 법인 한화쉬핑,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해운홀딩스, HS USA 홀딩스다. 중국 내 조직과 개인은 이들 업체와 거래를 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간단히 말해 미국과 협력하는 한화오션 관계사들은 중국과도 거래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대한 반격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는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을 지원해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해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 소유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마다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작한 전날에 맞춰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정상회담 앞두고 공세 수위 높이는 中=올초 ‘관세전쟁’을 벌여온 미중 양국은 이달 말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또다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희토류 관련 추가 수출통제를 발표하고, 이에 반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도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팹리스 오토톡스 인수에 제동을 걸고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나섰다.

양국 갈등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을 가리켜 “훌륭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우고,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양국은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며 진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곧바로 중국이 한화오션 자회사 제재 방침을 밝히며 분위기가 다시 반전됐다. 한화를 겨냥했지만, 사실은 그 뒤의 미국까지 염두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양국은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이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中의 선전포고?…조선·반도체·자동차 등 대미투자 기업들 살얼음=다만 중국의 이번 조치로 미국이나 한화오션 측이 입는 실질적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중국이 제재한 미국 법인 5곳 중 한화오션의 직접적인 관계사는 3곳뿐이다.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과 한화쉬핑홀딩스는 각각 한화오션과 한화퓨처프루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한화필리조선소는 한화오션이 40%, 한화시스템이 60%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화필리조선소는 한화그룹이 50억달러(7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만큼 한미 조선 협력의 거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당장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사업이 중국과 직접 거래하는 경우는 드물어 즉각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국 갈등 양상에 따라 중국이 얼마든지 제재 범위·수위를 높여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중국이 제재 대상을 한화오션 본사로까지 확대한다면 당장 타격이 발생된다. 한화오션은 중국 하청 업체를 통해 블록을 수입하고 저렴한 중국 철강 등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협력하는 다른 국내 조선사들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미국 해군 군함 유지·보수·정비(MRO)를 중심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미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으로 비춰지는 한화오션을 대상으로 했을 뿐, 미국의 약점인 해군력을 타깃으로 한다면 얼마든지 제재 대상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협력 중인 다른 산업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현지에 대한 직접 투자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오면서 올해 들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기업들은 잇따라 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혀왔다. 당장 중국과의 거래 규모가 크지 않은 한화오션 미국 법인들과 달리 이들 기업은 중국 매출 비중이 커 제재시 피해 수준이 심각할 수 있다.

▶“기업 넘어 국익 차원 문제…적극적인 정부 역할 필요”=이런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간 이해 충돌 과정서 발생했고, 통상 문제를 넘어 경제 안보와 외교가 맞닿은 사안이라는 점,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투자가 한미 동맹의 가치 실현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 등에서다.

실제로 미국 조선업 부활에 투자하는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카드였다.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선으로 상호관세 15%에 합의한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낸 동력으로도 꼽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앞으로 한국의 어떤 기업도 자신 있게 해외 협력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단순한 기업 보호가 아니라 국익 방어의 연장선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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