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간 관세협상과 관련해 “인위적인 시한을 설정해 협상을 밀어붙이는 일은 피하고자 한다”고 밝히면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24일 싱가포르 신문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The Straits Times)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협상이 한국의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중국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면서 동북아 역내 긴장을 완화하고 공동 번영을 촉진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한미 간 산업 협력이 우리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 중 현금 투자 비율과 자금 공급 기간 등을 놓고 막판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남은 5일 동안 사실상 대면 협상이 어려워 정상 간 극적 타결 가능성만 남았지만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평가다.
대미 협상을 위해 무박 3일의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한미 정상회담 계기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이제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다”면서 “APEC은 코앞이고 날은 저물고 있는데,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지난 22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함께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해 협상 상대방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 2시간 가량 대면 면담했다.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실장은 “핵심 쟁점에 대해 아직도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장관도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미 협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3가지 원칙하에서 저희가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첫째는 과연 이게 양국의 이익에 서로 부합하느냐, 두 번째는 프로젝트가 상업적 합리성, 할만한 사업이냐, 셋째는 금융 외환 시장 영향 최소화”라고 짚었다. 그는 “외환시장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협상을 한 결과 미국 쪽에서 저희 외환시장의 영향이나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상당히 있고, 그런 바탕에서 지금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에서 현금 투자 비중과 자금 공급 기간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현금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더 장기적인 자금 투자를 주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달 가능한 외화 규모를 고려해 연간 150억~200억달러 수준의 현금 투자 비중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가능성을 묻는 말에 “관세 협상 타결 전망을 제가 말하기 어렵다”면서 “안보 분야는 일정한 양해가 이뤄진 것이 사실인데,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나올 수 있을지도 확실치는 않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