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마약과의 전쟁’은 더 큰 폭력 불러올 뿐”
美 “미군 투입 계획 수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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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마약 카르텔의 총격을 받아 숨진 멕시코 미초아칸주 우르아판시의 카를로스 만소 시장(연합)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멕시코 정부가 마약 카르텔에 맞서온 우르아판시(市)의 만소 시장이 피살된 후에도 ‘마약과의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이 멕시코에서 마약조직 소탕전을 벌이기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NBC뉴스는 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현직 관계자 2명과 전직 고위 관계자 2명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들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멕시코에 미군과 정보요원들을 투입,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작전을 짜고 있다.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소탕작전 범위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면서 멕시코 내 지상작전을 위한 초기 단계 훈련도 이미 시작했다.
NBC는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 예하의 미군들이 다수 멕시코 지상작전에 투입될 것이라 전했다. 작전에는 중앙정보국(CIA) 요원들도 참가하며, 이들은 ‘타이틀 50’에 따라 미국 정보당국의 지휘를 받게 된다. 타이틀 50은 전쟁과 국방 중 정보당국과 관계된 비밀 작전에 관한 내용이 규정된 법이다. 이 관계자들은 아직 계획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마약조직 소탕을 진행해왔으나, 올해 초에 멕시코도 대상 지역으로 거론된 바 있다. 지난 4월 NBC뉴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내 마약조직들에 드론 공격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가 나온 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개입이나 간섭도 거부한다. 멕시코는 조정하고 협력하긴 하지만 스스로를 종속시키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정부가 마약조직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지난달에는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을 매우 존중한다. 대단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매우 용감한 여성이지만, 멕시코는 마약조직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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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 3일 멕시코시티의 국립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로이터] |
여기에 지방정부가 마약 카르텔에 공격을 받고, 고위 공직자가 피살되기까지 하는 현실은 미군 개입 명분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마약 카르텔에 맞서온 멕시코 미초아칸주(州) 우루아판시(市)의 카를로스 만소 시장이 마약 조직원들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만소 시장은 멕시코의 대표적인 명절인 ‘망자의 날’을 맞아 광장에서 열리는 축하 행사에 참석했다. 축제가 한창인 도중 범죄 조직원들이 들이닥쳐 수차례 총격을 가했고, 만소 시장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범인은 치안 당국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고, 범행과 관련된 용의자 2명은 체포된 상태다.
만소 시장은 최근 수개월 동안 마약 카르텔이 지역 농민들까지 갈취하는 상황에 맞서며, 연방정부의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해왔다. 범죄 집단의 위협에 직접 방탄조끼를 입고 경찰과 함께 순찰에 나서기도 했다. 사건 전까지 만소 시장이 연방 정부의 경호를 받고 있었음에도 총격 피살이 벌어진 것을 두고, 연방 정부의 조치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에는 멕시코 시날로아주(州) 당국이 무장 단체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무장 단체와 치안당국간 총격전으로 무장 괴한 13명이 사망했고, 4명이 체포됐다. 이 지역은 지난 1년간 카르텔 내부에서 분파가 빠져나오며 폭력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가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멕시코 범죄 조직의 힘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분석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피격 다음 날 범죄 집단의 총격을 규탄하면서도 ‘마약과의 전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3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마약과의 전쟁 당시처럼 우리 정부에 지역을 통제하고 군사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접근법은 (범죄억제)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되레 지금 같은 폭력을 더 심화했다는 게 바로 멕시코에서 실증된 현상”이라며 “마약과의 전쟁은 강력 사건을 되레 낳기만 할 뿐”이라 말했다.
실제로 멕시코 현지에서는 2006년 말부터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마약 밀매 조직을 와해하면, 남아있는 마약 수송통로를 차지하기 위한 다른 조직 간 세력 다툼이 일어 다시 일대에 폭력사태가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2018년 출범한 좌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정부는 마약조직 소탕 대신, 마약범죄로의 유인을 차단하기 위한 복지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제공 등에 안간힘을 썼다. 셰인바움 대통령 역시 지난해 취임 이후 오브라도르 전 정부 정책을 사실상 그대로 이어받아 공교육 시스템 개선 및 마약 조직원들의 지역사회 내 영향력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총알 대신 포용’을 내세운 정책은 역설적으로 미국에 멕시코 정부의 대응이 충분치 않다는 명분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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