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팝’ 부문 신설한 그래미, “방탄소년단에게 좋은 소식”?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공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가 마침내 아시아 음악을 겨냥한 신설 부문을 내놓았다. 시상식의 외연을 확장하고 글로벌 음악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섭하겠다는 취지다. 가요계에선 이번 개편을 둘러사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미국 A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내년 2월 7일에 열릴 제69회 시상식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를 포함한 5개 부문을 신설 및 재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에 대해 “오늘날 음악 산업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크리에이터들의 성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에서 주목할 점은 아시안 팝 부문의 신설이다. K-팝을 비롯해 J팝, C팝 등 아시아 권역의 음악적 탁월함을 기리겠다는 목적이다. 다만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유의미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독특한 전제 조건이 붙었다.

이러한 규정은 빌보드 차트 상위권 진입을 목적으로 100% 영어 가사를 채택해 온 기존 K-팝 제작 트렌드에 적잖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대형 K-팝 그룹은 빌보드 차트에서 주요 지표로 사용하는 미국 라디오 노출 등 글로벌 팝 시장에서의 흥행을 위해 영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시아 팝 부문의 신설로 일부 팀에선 해당 상을 노려 한국어 가사 비중을 늘리는 역발상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간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로제의 ‘아파트(APT.)’ 등 글로벌 메가 히트곡들이 ‘제너럴 필드(General Field·본상 4개 부문)’라는 그래미의 본상 후보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새로운 규정으로 K-팝 그래미 수상에 한층 가까이 다가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대중문화 시상식 예측 사이트를 운영하는 매체 골드더비는 “그래미가 (부문이) 확대되면서 방탄소년단과 (컨트리송 가수) 엘라 랭글리에게 좋은 소식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난데없이 등장한 ‘아시아 팝 부문’이 도리어 주류 리그에서 아시아 아티스트, 특히 K-팝을 배제하기 위한 방어벽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K-팝과 일본, 중국의 대중음악은 한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독자적 특성과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데다 음악 스타일도 다른데, 그래미에서 이들을 하나로 뭉뚱그렸다. 게다가 유의미한 언어 사용에 대한 정량적 기준도 모호하다. 후렴구에 단 몇 마디의 한국어가 포함된 곡과 곡 전체를 한국어로 소화한 곡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장르의 본질보다는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의 정성적 판단, 대형 음반사의 홍보로 수상이 좌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번 개편에선 아티스트의 도전 기회를 실질적으로 넓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그래미 측은 신인상(Best New Artist)의 후보 제출 기회를 기존 3회에서 4회로 늘렸으며, 앨범 내 신곡 비율 조건 역시 기존 75%에서 66%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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