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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대한민국은 소용돌이에 빠져들었고 시민들은 헌정 사상 초유의 연속을 마주했다.
계엄 선포 약 2시간30분만인 12월 4일 새벽 1시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고, 같은 날 오전 4시27분께 윤 전 대통령이 국회 요구를 수용해 비상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힌 뒤 몇 분 후 비상계엄은 해제됐다. 그 사이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진입하는 일도 있었다.
상황 자체는 6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여파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잃고 구속 상태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제1야당을 이끌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헌정사상 세 번째로 탄핵소추되면서 직무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다른 야당들과 곧바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추진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당시 6인 재판관 체제로 3인이 공석 상태였다. 당시 야권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지 않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탄핵소추했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8인 재판관 체제가 됐다. 헌재는 한 자리가 비긴 했지만 탄핵심판 심리 속도를 높였고, 올해 2월 25일 변론 종결까지 총 11차례 정식 변론을 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출석 조사에 응하지 않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고, 지난 1월 15일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공수처는 이어 구속수사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월 19일 구속영장 역시 발부됐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도, 구속수사를 받게 된 것도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구속영장 발부 사실이 알려지고 이에 반발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집기와 시설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한 후에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은 두 차례 구속기간 연장 허가 신청을 했지만 법원에서 불허하자 1월 26일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를 적용해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것 역시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심판에 더해 법원의 형사재판도 받게 됐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에 구속을 취소해달라고 신청했는데, 3월 7일 재판부가 이를 인용하고 검찰이 항고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튿날 구치소에서 나왔다.
2월 25일 윤 전 대통령의 최후 진술로 탄핵심판 변론이 마무리된 후 한 달여가 지난 4월 1일, 헌재는 탄핵심판 선고 일정을 4월 4일로 확정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구속 취소로 석방된데다 전례와 비교할 때 변론 종결 후 선고 일정 공지가 늦어지면서 갖가지 억측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8인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역대 최장 기간이 걸린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조기대선 국면이 시작됐다.
비상계엄 사태로 비롯된 조기 대선이란 점에서 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유리한 판세란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분석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은 초반부터 다른 대권주자들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게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터라 대선가도에 탄탄대로가 열린 것으로 보였다. 4월 27일 이 대통령은 89.77%의 누적 득표율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이례적으로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사법리스크’가 대선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5월 1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서울고법의 파기환송 재판부도 곧바로 첫 공판 일정을 잡는 등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사법부를 향한 민주당의 거센 반발과 비판이 이어지자 해당 재판부는 대선 후로 재판 일정을 변경했다.
이후 대선이 끝나고 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후 재판부는 헌법 84조를 들어 향후 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 재판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재판을 중단했다.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이 대통령의 나머지 사건 담당 재판부도 차례로 무기한 재판 연기를 결정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및 법원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주장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사법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 독주체제 속 진행된 조기대선에서 구(舊) 여권의 선거전은 단일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덕수 전 총리의 대선 등판론이 국민의힘과 구 여권을 달구면서, 당내 경선에서도 단일화가 쟁점이 됐다. 5월 2일 한 전 총리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튿날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김문수 후보가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한 전 총리와 김 후보가 두 차례 직접 만났으나 이견만 노출했을 뿐 접점을 찾지 못했다. 내홍이 깊어지면서 국민의힘은 김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한 전 총리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작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선출 찬반을 묻는 당원투표가 최종 부결되면서 김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대선결과 ‘내란극복’을 앞세운 이 대통령이 득표율 49.42%(1728만7513표)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3년여 만에 다시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대선 직후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법 입법을 추진했고, 이에 따라 조은석 특별검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내란특검팀’이 출범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지난 7월 다시 구속됐다.
이후 내란특검팀은 11월 26일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안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