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2억 ‘나 몰라라’ 전 부인…태권도 못보내던 아버지 마침내 웃었다 [세상&]

‘양육비 선지급비’ 지원자 이야기 들어보니
한부모 가정 못받은 양육비 정부가 먼저 지급
미성년 자녀 6129명 선지급 지원 받아
“선지급 덕에 양육 부담 한시름 놓았다”


양육비 이행지원 서비스를 이용한 사례자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곧 중학교에 들어가는 첫째는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부모로서 전부 해주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책가방을 사줄 수 있게 돼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미성년 자녀 셋을 홀로 키우는 40대 여성 A씨는 지난 2023년 이혼하면서 전 남편으로부터 다달이 아이들 양육비 210만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돈을 받은 건 두 번에 그쳤다. 그마저도 각각 30만원, 10만원에 그쳤다.

A씨는 “아이들은 어린데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식당 설거지 등 여러 일들을 닥치는 대로 했다”며 “돈을 모은다는 개념이 아니라 당장 생계를 유지해야 해 아이들도 많이 힘들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집에 엄마가 없으니 아이들도 무섭고 외로워해서 너무 미안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그에게 숨 돌릴 여유를 줬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 등에게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양육비 채무자인 비양육자에게 회수하는 제도다. 지난 2005년 처음 국회에 관련법이 발의됐고 20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올해 7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초기 A씨는 남편으로부터 소액의 양육비를 입금받은 탓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A씨는 “양육비 관련해서는 배우자와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라며 “정부에서 저를 지원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애아빠도 돈을 안 주는 상황에서 (대상자에 들지 못하니) 마음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난 9월부터 신청 요건을 완화했다. A씨의 사례처럼 소액의 양육비만 지급하는 꼼수 이행으로 인해 선지급을 신청하지 못했던 한부모가족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 정부는 아이 한명당 20만원씩 총 60만원의 3개월 치 소급분 180만원을 A씨에게 지급했다.

미성년 자녀 4명을 혼자서 키우는 50대 남성 B씨도 이혼 후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 2016년 이혼 소송에서 승소한 그는 헤어진 아내로부터 매월 자녀 1명당 50만원씩 총 200만원을 받아야 했지만, 10여년간 약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했다. 막내가 돌을 갓 지났을 때 아내와 갈라선 그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치매를 앓는 부친까지 돌봐야 했다.

B씨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밤에 택배 상하차 일부터 공장 야간 근무까지 했다”며 “아이 한명을 키우기 위한 비용은 그야말로 무한대”라고 털어놨다. 그는 “큰 애가 태권도장에 다니는데 두 달 뒤에 승급해서 1단을 따야 했다”라며 “11만원이 필요했는데, 그 돈이 없어서 못 보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B씨는 정부로부터 자녀 1인당 양육비 선지급금 20만원씩 총 80만원을 받고 있다. 매월 받는 한부모 지원금 92만원까지 더하면 한 달에 총 172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는 “저에게는 너무나도 큰돈인데 국가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며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정구창 성평등가족부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양육비 선지급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양육비이행지원서비스 이용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앞서 정부는 2014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15년 전담 기관으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립해 양육비 상담부터 양육비 청구 소송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에는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 등 간접강제 방법도 도입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당장 생활비와 교육비가 절실한 양육 가정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엔 한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양육비 선지급제가 도입된 배경이다.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7~11월 5963가구가 양육비 선지급을 신청했다. 그중 3868가구(미성년 자녀 6129명)가 양육비 선지급 지원을 받게 됐다. 선지급금 규모는 54억5000만원에 이른다.

내년 1월부터 정부가 먼저 내준 선지급금 회수 절차가 시작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양육비 채무자에게 선지급금 납부 통지·독촉 후,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징수에 나설 예정이다.

성평등부는 16일 현장소통 간담회를 열고 정책 대상자들의 제언을 들었다. A씨는 “시스템이 과부화돼 복지 사이트에 접속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며 “양육비 관련한 서비스를 안정화하고 대상자 안내를 더 강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B씨는 “돈도 돈이지만 한 부모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신과 상담이 좀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라며 “부모가 마음의 위안을 가져야 아이도 상처받지 않고 잘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구창 성평등부 차관은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징수 인력을 확충하고, 금융정보를 포함한 소득·재산 조사, 압류 등을 위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선지급금 회수율 제고를 위해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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