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로맨스 감정, 공감 얻어내고자 노력”
“보는 이들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야 베스트”
글로벌 비영어쇼 2위, 국내 TV쇼 1위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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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는 무명에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배우 차무희(고윤정 분)와 그의 통역을 맡게 된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이 그리는 로맨틱 코미디다. 드라마는 일본과 캐나다, 이탈리아 등 낯선 여행지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설렘 가득한 로맨스를 통해 ‘사람마다 각자의 언어를 갖고 있다’는 이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의 언어는 나한테 너무 어려워요.”
누구보다 언어적 능력이 뛰어난 다중언어 통역사임에도, 정작 좋아하는 여자의 언어는 이해하지 못하는 ‘직선형 인간’ 호진과 적극적이지만 솔직하지 못한 ‘곡선형 인간’ 무희의 자꾸만 엇갈리는 만남. 같은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을 무색게 만드는 이들의 언어적 장벽은 예고 없이 튀어나온 의문의 여인 ‘도라미’(고윤정 분)로 인해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외국어가 아닌 같은 나라의 언어를 쓰더라도, 사람마다 각자의 언어가 있다는 메시지가 크게 와 닿았어요.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면 귀를 기울이는 데도 많은 노력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죠.”(고윤정)
16일 공개된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가 삭막하고 차가운 겨울을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 따뜻한 로맨스 서사만큼이나 흥행 성적도 훈훈하다. 드라마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TOP) 10 비영어 쇼 2위에 올랐고, 국내에서도 26일 기준 9일 연속 TV쇼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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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한 번 쓴 적 없이 너무 재밌게 촬영한 작품이라서 유독 공개가 기다려졌던 것 같아요. 너무 밝은 작품이고, 현지 로케이션과 세트장마저도 너무 따뜻했던 작품이었어요.” (김선호)
최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의 두 주인공 고윤정과 김선호를 각각 만났다. 마치 작전이라도 짠 듯, 두 사람 모두 인터뷰 내내 촬영장 이야기만 나오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현장의 추억을 곱씹었다. “동화 속에 푹 빠져있다가 나온 것 같은 느낌이라 촬영이 끝나고 허전했어요.”(고윤정) 드라마 못지않게 아름답고 따뜻했다는 현장의 온기가 이들의 표정만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무희 역의 고윤정에게 이번 작품은 로맨스물 첫 주연이다. 김선호도 지난 2021년 tvN ‘갯마을 차차차’ 이후 5년 만에 로코 나들이다. 판타지, 액션 등 장르물과 달리 로맨스는 누구나 경험이 있는 ‘사랑’을 다룬다. 현실이란 땅에 발을 디딘 채, 시청자들이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 이번 작품에서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살인 사건이나 좀비는 그런 상황에 부닥쳐본 이들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로맨스는 모두가 느껴봤을 감정이니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만국 공용어인 영어도 발음이 조금만 틀려도 이상하게 들리잖아요. 다 아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죠.”(고윤정)
“로맨스는 우리의 연기를 보는 이들이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야 베스트에요. 다들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짜 같은 건 말이 안 되죠. 그래서 사랑이란 기본 틀에서 더 미묘하고 더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김선호)
극 중 호진은 다정하면서도 무미건조하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필요한 말을 숙고해서 내뱉는다.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도 마찬가지다. 반면 무희는 당황하면 아무 말이나 하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진심을 드러내는 데는 주저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하지도 않다. MBTI로 따지자면 호진은 ‘T(사고형)’, 무희는 ‘F(감정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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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실제 배우의 MBTI는 정반대다. F인 김선호는 T인 주호진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T인 고윤정은 F인 차무희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이 찾아낸 해결 방법은 자신의 성향과 꼭 맞는 서로의 대사를 바꿔서 해보는 것이었다.
“제가 F니까 현장에서 T인 윤정 배우와 현장에서 자주 역할을 바꿔서 연기를 해봤어요. 그게 저에게 큰 도움이 됐어요. 아 ‘T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거리낌이 없는 거구나’를 그때 안거에요. T가 하는 말은 정말 팩트만 봐야 한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저도 점점 호진을 이해해 간 것 같아요.”(김선호)
“무희의 감정 기복을 어디까지 가져가야 하는 지가 처음엔 감이 잘 안 왔어요. 그럴 때 선호 배우에게 무희 대사를 읽어달라고 하면, 그 감정의 폭을 확 넓혀주시더라고요. 감정의 폭을 넓게 가져가니 오히려 캐릭터가 다채롭고 귀여워 보인다고 느꼈어요. 의지가 많이 됐어요.”(고윤정)
극 중 주호진은 이탈리아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한국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하다. 자연스레 여러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김선호의 언어 실력이 크게 조명됐다.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언어는 일본어였다. 대중이 익숙한 언어이기 때문에 조금만 틀려도 안 된다는 부담이 컸다. 김선호는 “4개월 정도 언어 공부를 했다”다“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 김선호에게 도전이 ‘언어’였다면, 고윤정이 넘어야 할 산은 ‘1인 2역’이었다. ‘차무희’와 차무희에게서 나온 ‘도라미’. 심지어 배역 중 하나는 별개의 인물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고윤정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나도 도라미가 나올 줄은 몰랐다”면서 “7회부터 도라미가 현실로 나오는 데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차무희와 도라미가 별개의 인물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악동 같은 도라미가 나오면서 호진이 무희의 트라우마랑 마주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그래서 도라미를 호진이가 무희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통역사라고 이해하며 연기했죠.”(고윤정)
호진의 단단한 경계는 무희를 만나 그에게 물들어가며 조금씩 흐려진다. 무희의 귀여운 행동에 미소를 참지 못하고, 그의 사소한 말에 질투를 보이는 호진의 리액션은 이 작품의 ‘설렘 포인트’ 중 하나다. 김선호는 “어떤 시점부터 무희에게 물들어가는 것이 좋을지 감독님과 계속 조율하면서 연기했다”고 했다.
“호진의 대사가 문어체로 돼 있는데, 거기에 생동감까지 잃으면 단단하기만 한 인물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현장에선 리액션을 조금 유연하게 만들어 놓고 연기했죠. 그리고 호진이 계속 단단하기만 하면 도라미가 튀어나왔을 때 그를 다정하게 감싸주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전부터 호진도 흔들렸다는 것을 조금씩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어요.”(김선호)
두 사람은 곧 또 다른 차기작으로 다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선호는 오는 2월부터 연극 ‘비밀통로’의 ‘동재’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고윤정은 오는 4월 구교환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선호 배우가 즐기며 연기하는 것이 좋아 보였어요. 저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연기를 했을 텐데 말이에요. 분명 일을 하는 것임에도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딱 10년 후의 모습이 선호 배우처럼 즐기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고윤정)
손미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