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물가 ‘비상’…고환율에 미국산 소고기마저 비싸

고환율에 전염병까지…공급 부담 커져
쌀값도 석 달 만에 최고치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수입산 소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설 연휴를 2주 앞두고 축산물과 쌀 가격이 치솟으며 명절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 소고기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까지 겹치며 공급 부담이 커진 탓이다. 쌀값마저 석 달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설 장바구니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관세에도 오른 미국산…한우·수입육 동반 상승


2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월31일 기준 미국산 척아이롤(냉장) 가격은 100g당 평균 3845원으로 1년 전보다 11.9% 올랐다. 최근 3년 평균과 비교하면 16.8% 비싼 수준이다. 미국산 소갈비살(냉장)도 100g당 4605원으로 평년 대비 10.3% 상승했고, 호주산 소 양지(냉장) 역시 평년보다 11.2% 오른 3951원을 기록했다.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오른 가장 큰 배경은 고환율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올해부터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0%가 됐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되며 관세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미국 현지 도축량이 줄어든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한우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한우 양지 가격은 100g당 6794원으로 1년 전보다 9.6%, 평년 대비 5.8% 올랐다. 한우 등심은 100g당 1만2601원으로 1년 새 2.2% 상승했다. 한우 농가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도축량을 줄인 영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1분기 한우 도축 마릿수가 22만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축 전염병도 축산물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지역에서 ASF가 발생하면서 돼지고기 공급이 소폭 줄었고,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산란계 마릿수가 감소하며 계란 가격이 크게 올랐다.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삼겹살 가격은 100g당 2619원으로 1년 전보다 2.9% 상승했다. 계란 가격은 10구당 3928원으로 1년 새 20% 가까이 뛰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전염병발 공급 충격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명절 수요가 겹칠 경우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ASF 여파 계란 1년 새 20%↑…쌀값도 ‘불안’


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쌀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쌀을 고르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쌀값이 석 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쌀 20㎏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 연속 6만5000원을 넘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6만5302원으로 작년(5만3천180원)보다 22.8%, 1만2000원 이상 비싸다. 이는 평년보다 20.6% 높은 가격이다. [연합]


쌀값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20㎏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달 29~30일 이틀 연속 6만5000원을 넘었다. 지난달 30일 가격은 6만5302원으로 전년(5만3856원) 대비 21.3% 상승했다. 햅쌀이 본격 출하된 지난해 10월 중·하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쌀값 안정을 위해 검토했던 ‘쌀 10만t 시장 격리’ 계획을 보류한 이후 가격 하락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쌀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농가가 출하를 늦추며 가격 상방 압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 안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미국산 신선란 수입·공급을 시작했으며, 1일부터 시중 판매에 들어갔다. 이달 중순부터는 ‘설 민생 안정 대책’을 통해 축산물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을 병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도축장 운영 기간을 주말까지 연장해 축산물 출하 물량을 늘리고, 돼지고기와 소고기 공급량을 평상시 대비 1.4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대형마트 할인 행사와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 규모도 늘릴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물량 확대만으로는 구조적인 가격 상승 요인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환율과 전염병이라는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만큼, 명절 이후에도 물가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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