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권고 계기, 116개국 도입 추산
英, 대상 확대…덴마크·加, 전격 폐지
“비만억제·세수 확보” vs “물가 상승”
음료·빙과 등 업계 “가격인상 필연”
저소득층 부담 증가, 형평성 논란도
“자율 노력 우선돼야” 인센티브 촉구
헤럴드경제는 ‘Deep Spot(딥 스폿)’을 통해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최신 이슈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를 질문하고, 이를 상세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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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설탕 제품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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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식품업계가 ‘설탕세’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설탕세 도입을 제안하며 논의에 불을 붙였다. 설탕세는 비만 등 성인병 유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과도한 설탕 섭취를 억제함과 동시에 세수 확보를 할 수 있는 장치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계기로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이 대통령도 설탕세로 확보된 세수를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내 설탕세 도입 논의는 업계의 반발에 번번이 무산됐다. 업계의 반응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설탕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이 식품업계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에 더해, 설탕세가 오를 대로 오른 물가를 더 밀어올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최소 116개국, 과당음료 설탕세…강화 추세
WHO가 올해 초 발간한 ‘과당 음료 세제에 대한 글로벌 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는 최소 116개국으로 추산된다. 유럽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지역 국가 대부분이 과당 음료를 대상으로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설탕세 확산의 기점이 된 건 WHO 권고가 나온 2016년 이후다. 당시 WHO는 “설탕이 든 가공식품에 20%의 세금을 부과하면 비슷한 비율로 비만 인구를 줄일 수 있다”며 도입을 권고했다.
이들 국가 중 대부분인 114개국은 설탕이 첨가된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100% 과일 주스나 천연 당 제품, 차·커피, 과당 유제품은 제외다.
일부 국가는 설탕세 도입에 그치지 않고 이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지난 2018년 음료 100㎖당 당이 5g 이상인 탄산음료에 리터당 약 19.4펜스(약 384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를 도입했다. 당 함량이 8g 이상일 경우엔 리터당 약 25.9펜스(약 513원)가 부과되는 차등제다. 영국 정부는 2028년부터 과세 기준치를 4.5g으로 낮추고, 과당 유제품에도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유제품은 그동안 칼슘 등 어린이·청소년 성장에 필요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영국 정부는 유제품의 천연 당 함량을 측정하기 위한 ‘유당 허용치(lactose allowance)’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설탕세 도입 이후 과세 대상 음료의 당 함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향후 세제 강화로 10억파운드(약 1조9700억원)의 보건·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인상 부작용’ 폐지 사례도…국내도 우려
설탕세 도입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덴마크는 1930년대부터 과당 주스에 부과했던 일명 ‘소다세(soft drink tax)’를 2014년 전격 폐지했다. 세율 증가 이후 두 자릿수에 달하는 극심한 물가 인상, 스웨덴·독일 등 주변국으로의 원정 쇼핑 심화, 불법 과당 음료 확산 등 부작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7월 설탕세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물가 인상에 따른 경제 악영향 우려 등을 이유로 시행을 연기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설탕세 도입 시 물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설탕세가 도입되면 가공식품, 음료 등 제품 가격에 결국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시기의 차이일 뿐, 수익성이 악화하면 가격 전가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고환율의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설탕세가 물가 인상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해외 수출에 주력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국내 식품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은 악화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입이익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직격타가 예상되는 곳은 음료·빙과업계가 꼽힌다. 설탕 없이 제품을 제조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체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기존의 맛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번 논의를 가장 주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 업계는 무엇보다 제품군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앞서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배와 직접적인 비교는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식품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설탕세 부과보다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2021년 강병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탕세 도입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당시에도 제기된 바 있다.
초콜릿·사탕류를 취급하는 제과업계나 과당음료를 판매하는 커피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과세 범위에 따라 언제든지 영향권에 놓일 수 있어서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설탕을 물에 녹인 시럽도 과세 대상이 되는지 등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카페도 대상이 된다면) 케이크 등 푸드에 더 큰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설탕세 도입이 중장기적으로 식품산업 전반의 성장 둔화에 따른 경영 악화, 고용 감소 등 ‘나비 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덴마크 사례와 같이 미확인 대체품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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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부담多 …일각선 형평성 지적
설탕세 도입 시 설탕 소비량이 많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캐나다에서 2022년부터 설탕세를 유일하게 도입했던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州)는 지난해 저소득층의 세금 증가 등을 이유로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일각에선 다른 원재료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맵고 짠 한국인 식단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소금이 대표적이다.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WHO 일일 권장 섭취량(5g)을 훌쩍 넘는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때 저염식이 유행할 때도 있었는데, 소금세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건강을 위해 설탕세를 도입하자는 논리대로라면 다음엔 짜게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세도 도입할 것이냐(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세제 대신 저당·제로 확산 인센티브를”
설탕세가 즉각 도입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의견 수렴 및 관계 부처 간 이견 조율 등 절차가 남아있다. 이 대통령도 앞서 “시행 방침과 의견 조회는 전혀 다른데도 (야당의) ‘설탕세 시행 비난’은 여론조작 가짜뉴스”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세제 대신 저당 식품 생산을 장려하는 ‘인센티브’가 확산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대다수 식품업체가 알룰로스, 스테비아 등 대체 당을 사용한 ‘제로’ 제품을 개발·판매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알룰로스 시장 규모는 1억4800만 달러(약 2130억원) 규모로,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헬시 플레저(Health pleasure) 트렌드에 맞춰 제로 슈거나 저당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탕세와 같은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업계의 자율적이고 점진적인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길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단순한 세수 증대가 아닌 국민 건강이 설탕세 도입의 목적이라면 어떤 식으로, 왜 할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탕세 도입 영향으로 식품의 맛이 바뀌면 소비자층 전반에 변화가 생기고, 소비 패턴이 전부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들이 설탕을 덜 소비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체 감미료 증가 등 영향을 고민해 볼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박연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