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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미성년자 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문건 중 노엄 촘스키 교수가 엡스타인과 전용기 안에 함께 있는 모습. [인터넷 캡처]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의 대표 진보 지식인인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97)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과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촘스키 교수의 아내 발레리아 여사는 부부 명의로 장문의 사과문을 냈다. 엡스타인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것은 ‘중대한 실수’였으며 엡스타인이 자신들을 속였다는 내용이다.
사과문에 따르면, 촘스키 교수가 엡스타인을 처음 만난 2015년 엡스타인은 자신을 과학에 관심이 있는 자선사업가로 소개했다고 한다. 부부는 엡스타인이 과거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발레리아 여사는 “우리는 그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은 부주의를 범했다”며 “이는 중대한 실수였으며, 이러한 판단 착오에 대해 우리 두 사람을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겉으로는 도움을 주는 친구처럼 보였지만, 범죄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변태 행위를 일삼는 사람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모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에는 엡스타인이 2019년 성매매 혐의로 조사를 받기 시작하자 촘스키에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 있었다. 촘스키는 “최선의 방법은 무시하는 것”이라 답했다. 엡스타인이 촘스키 부부와 만났으며, 추후 뉴욕이나 카리브해 방문을 논의하는 듯한 정황도 담겨있다.
또 지난해 11월 미 의회가 공개한 촘스키의 2017년 서한에서는 엡스타인을 “소중한 친구”라 언급하며 지지하는 내용이 있었다.
발레리아 여사는 “엡스타인은 노엄에게 자신이 부당하게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노엄은 언론과의 정치적 논란에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한 것”이라며 “엡스타인은 자신의 사건에 대한 조작적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노엄은 선의로 그것을 믿었다”고 주장했다. 여사는 또 남편과 함께 엡스타인의 뉴욕 자택에서 저녁을 함께하고 뉴욕과 파리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도 머물렀지만, 카리브해 섬에는 가지 않았고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발레리아 여사는 남편과 엡스타인 사이에 두 건의 금융거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아마도 노엄에게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한 계략이었을 것”이라며, 엡스타인은 자신들의 재정 자문 역할만 했을 뿐 자신들은 엡스타인의 회사에 투자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발레리아 여사는 촘스키 교수의 둘째 부인으로, 두사람은 2014년 결혼했다. 촘스키 교수는 2023년 뇌졸중을 겪고 현재 회복 단계에 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수십명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 아동을 상대로 한 매춘을 알선했다는 의혹 등을 샀다. 그는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사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빌 게이츠 등 유력 인사들이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