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기간 강조하는 단어 주로 활용
심리 자극해 합리적 판단 못하도록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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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
잠시 후 경찰을 사칭하는 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시키는 대로 해라. 일단 당신 통장 계좌에 있는 거래내역을 추적해야 한다. 불러주는 계좌로 바로 돈을 이체시켜라”고 말했다. A씨는 그 말에 속아 5개 계좌에 3000여만원을 이체해 피해를 봤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잠재 피해자와의 통화 과정에서 “지금, 이제, 오늘, 일단, 먼저” 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정된 기간을 강조하는 단어를 피해자의 심리를 조종하는 일종의 압박 무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을 재촉하며 결정을 서두르게 하는 건 사기의 흔한 수법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한치훈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임연구원 등이 ‘보이스피싱 심리조작 수법과 소비자 보호 방안’ 연구에서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사기범과 잠재 피해자의 실제 대화 448건을 분석한 결과 사기범들은 상대방과 본인을 지칭하는 ‘고객님’, ‘저희’ 외에는 한정된 기간을 강조하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어 사용 빈도수를 보면 ‘고객님’이 1995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저희’가 1043건으로, ‘지금’이 994건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이제 694건 ▷대출 544건 ▷처리 426건 ▷진행 418건 ▷말씀 300건 ▷일단 379건 ▷오늘 368건 등의 순으로 자주 언급했다.
연구자들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이러한 단어 선택은 제품 판매나 서비스 경험의 기간을 한정하는 마케팅 기법과 비슷하다고 규정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살 수 없다’는 심리를 자극해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것처럼 시급함을 유발하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유인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의미의 단어를 꾸러미로 묶어 주제를 추론하는 토픽모델링 결과도 유사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주로 ‘이제, 일단, 그럼, 먼저, 지금, 오늘’ 등 피해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키워드를 많이 사용했다.
이와 함께 ▷신뢰성 있는 회사명과 직함을 들어 신뢰성을 강조하거나 ▷특별한 권한 또는 한정된 기회 등을 통해 희소성을 부각하거나 ▷금융범죄수사와 관련한 키워드를 들어 공포감을 조성하는 등의 접근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잠재 피해자의 언어 패턴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보이스피싱 피해가 예상되는 사례는 피해자들이 “그럼, 네네, 진행, 그래요” 등과 같은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회피한 사례의 경우 “아니, 없어요, 신고, 확인, 경찰서, 도용” 등과 같은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단어 사용이 많았다.
연구자들은 “사기범들이 조급함을 유발하는 특정 단어를 통해 피해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심리 조작을 시도한다”면서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를 즉각 알아채 통화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