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족서 배제” “미국 대화여지”…김정은 ‘코리아 패싱’ 노골화

북한 ‘9차 당대회’ 열병식 뒤 폐막
핵무력 증대·핵보유국 지위 철저히 행사 천명
수중발사 ICBM·위성공격 무기 개발도 강조
남한 배제…‘적대적 2국가론’ 명문화 가능성
청와대 “적대·대결 언행 자제…상호존중 신뢰를”

 

북한 노동당 제9차대회기념 열병식이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9차 당대회 폐막식에서 ‘코리아 패싱’을 노골화했다. 한국을 겨냥해선 ‘완전붕괴’를 운운하며 위협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대화 여지를 남겼다. 최근 한미동맹이 곳곳에서 엇박자를 드러내는 가운데 ‘통미봉남’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차 당대회와 관련해 지난 20일과 21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26일 보도했다. 이달 19일부터 진행된 당대회는 25일 열병식과 함께 폐막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국가핵무력을 더욱 확대 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선 이재명 정부의 유화적 태도가 ‘기만극’이라며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대남기조를 “국가의 노선과 정책을 확정하는 집권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를 통하여 다시금 천명한다”고 거듭 못 박았다.

이어 “한국이 우리와 국경을 접한 지정학적 조건을 탈피할 수 없는 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와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 여지도 배제했다. 또 “핵보유국의 문전에서 실행되는 한국의 부잡스러운 행동이 우리의 안전 환경을 다쳐놓는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우리는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며 “그 행동의 연장선에서 한국의 완전붕괴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다”고까지 했다.

한국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위협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적대적 두 국가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대남 적대적 행동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한국과 잇닿은 ‘남부 국경선’을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요새화하고 경계체계와 화력체계들을 보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열병식을 참관하는 모습. [연합]

청와대는 이에 대해 “정부는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번영하는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이 서로 적대와 대결의 언행을 삼가고, 상호 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역시 “북한이 당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 입장을 지속하고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노력에 호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북한의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에 대해선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존중하고 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북미관계는 전적으로 미국 태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조건에서 관계개선을 꾀할 수 있다는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 방침을 재확인하며 대화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외교가 안팎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중국 방문 계기에 김 위원장과 만나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다만 “미국이 관습적으로 우리에게 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대결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비례성 대응에 일관할 것”이라면서 “그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충분하다”고 말했다. 향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적수들은 우리가 무엇을 구상하고,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그들은 알 수가 없으며 또 몰라야 한다”면서 “그것이 적들에게는 털어버릴수 없는 불안과 공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적대적 2국가론’을 고착화하고 당규약에도 명문화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향후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영토조항 제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결론적 강령’으로 향후 변경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한국과의 영원한 결별을 택하고 후계체제 등을 염두에 둔 독자적인 국가를 지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대미관계를 한국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도도 분명히 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협상은 거부할 것으로 보이나 ‘대북 적대시정책 폐기’라는 선조건 제시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 뒀다.

최근 한미는 연합연습 중 야외기동훈련, 주한미군의 서해 전투기 출격 훈련, 비무장지대(DMZ) 관할권 및 비행금지구역 재설정을 비롯한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등에서 잇따라 엇박자를 빚는 형편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북한은 향후 지상·수중발사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전력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새 5개년 계획 기간 과제로 “ICBM 종합체와 각이한 인공지능(AI) 무인공격종합체들, 유사시 적국의 위성을 공격하기 위한 특수자산과 적의 지휘중추를 마비시키기 위한 매우 강력한 전자전무기체계들, 더욱 진화된 정찰위성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윤호·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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