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우려에도…아태 국가들 “석유 비축 충분”

호주 30일 이상·태국·필리핀 50∼60일분 확보

정부 잇따라 “사재기 필요 없다” 시장 진정

유가 급등 대비 가격 규제·세금 조정 검토

중동 긴장 장기화 땐 공급망 불안 변수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들이 석유 비축량이 충분하다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와 태국, 필리핀 등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소비자와 시장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크리스 보언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전날 호주가 휘발유 36일분, 경유 34일분, 항공유 32일분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언 장관은 일부 지역에서 주유소에 긴 줄이 생겼다는 보도와 관련해 “급하게 주유소로 달려가 기름을 채울 필요는 없다”며 “호주의 휘발유 공급에 당장 위협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규제 당국이 가격 폭리를 단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짐 차머스 호주 재무부 장관도 소비자 당국에 서한을 보내 연료 소매업체들이 중동 사태를 악용해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않도록 감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호주는 세계적인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수출국이지만 원유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태국 정부 역시 석유 비축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엑니띠 니띠탄쁘라빳 태국 재무부 장관은 태국의 석유 비축량이 약 60일분에 달한다며 이번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수파지 수툼뿐 태국 상무부 장관은 국내 물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입 원자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전쟁 여파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앞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발표 이후 자국 정유업체들의 석유 제품 수출을 일시 중단시키는 조치도 취했다.

필리핀 역시 석유 비축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50∼60일분의 석유를 확보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충분한 비축량이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경우 석유 제품에 대한 소비세 부과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의회 지도부와 논의 중이다. 운송과 농업 부문을 대상으로 한 연료 보조금 지급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약 240만 명의 필리핀 이주 노동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와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스라엘과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요르단 등지에 있는 필리핀인 1416명이 귀국을 요청했지만 현지 공항 폐쇄 등으로 귀국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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