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LNG 중동 의존구조 심화
재고 정책·공급망 다변화 필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의 영향이 한국의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며 ‘복합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재무 안전성을 확보하고, 중기적으로는 위기 대응 역량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삼일PwC는 ‘미국-이란 군사 충돌에 따른 한국 경제 및 산업 영향 점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6일 밝혔다.
미-이란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수송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가 상승과 더불어 물류, 금융, 환율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복합적인 파급효과가 확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실제 물동량이 약 70% 급감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다.
여기에 1450원에 달하는 환율이 에너지·물류 비용 상승분을 원화 기준으로 증폭시키는 ‘비용 레버리지’로 작동하고 있다.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에너지와 소재 산업이 가장 직접적인 충격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유 업종은 원유 도입 단가 상승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급증한다. 석유화학은 납사 기반 원료비가 즉각 상승하는 데 비해 제품 가격 전가가 지연돼 마진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등 핵심 제조 산업은 생산 연속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분석했다. 해상 교란은 납기 지연과 부품 조달 차질을 통해 생산 설비 전체를 멈출 수 있다.
2024년 홍해 사태 당시 수에즈 운하 통항 선박 수가 전월 대비 58.1% 급감한 바 있다.
아프리카 우회 항로 선택에 따른 약 10일의 리드타임 증가는 재고 자산 확대와 현금 전환 주기 지연으로 이어져 기업의 재무 부담을 가중한다.
건설·EPC 업종은 중동 현장의 공기 지연, 대금 회수 불확실성, 현장 안전 관리 비용 급등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방산과 조선업은 에너지 안보 수요 확대라는 중장기 기회 요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 운송이 장거리화되고 우회 항로가 구조화될 경우 LNG선과 탱커 수요 변화가 예상되며, 방산은 안보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에 단기적으로는 재무 안정성 확보, 중기적으로는 위기 대응 역량의 구조적 강화를 주문했다.
우선 향후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고, 파생상품 헤지 포지션에 수반되는 추가 담보금 소요를 정밀하게 산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효율성만을 중시하던 기존의 공급망 관리 모델에서 탈피,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공급 구조의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위기 대응 역량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재고 정책의 재정립과 조달 네트워크 다변화를 포함한 전방위적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