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계약 구조 재점검
경영계 “노사간 분쟁 끊이지 않을 것”
노무 담당자 업무 부담 급증
기업 10곳 중 9곳 “노란봉투법, 노사관계에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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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한화오션이 하청노조와 단체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오는 10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노동계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한 교섭 확대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에서는 노사 갈등 확대와 투자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노동 및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오는 10일 창립 80주년 기념식과 동시에 200만 한국노총 조직확대사업단 선포식을 개최한다. 지난 5일 마련한 ‘공동 임금·단체교섭 투쟁 지침’에 따라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하청 노동자 조직원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청 노조들의 투쟁을 지원하며 현 120만명 수준인 회원 수를 200만명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취지다. 올해 임금 인상 요구율도 7.3%로 제시하며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제한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조직인 금속노조 역시 “원청을 교섭에 나오게 하는 것도, 사용자 책임을 강제하는 것도 결국 노조 조직력과 투쟁에 달려 있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하고 있다. 지난 3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선 임금 인상과 함께 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 등을 담은 ‘원청 교섭 공동 요구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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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노동계 움직임에 경영계에서는 긴장감이 빠르게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원청과 협력업체 구조가 복잡한 산업일수록 노조 교섭 요구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마련했지만, 일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은 물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사용자범위와 교섭의제를 두고 노사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택배업계의 경우 분쟁 확대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분야다. 택배사들은 택배 기사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신분이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물류작업자나 간선 차량 기사 등으로 교섭 범위가 확대될 경우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높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 시행 이후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선제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하청 노조 간 이해관계 충돌로 이른바 ‘노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부담으로 느끼는 대목이다. 하청 노조가 원청과의 교섭을 통해 임금이나 성과급 인상을 이끌어낼 경우 같은 재원을 공유하는 원청 노동자들과의 이해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경우 원청 노조와 여러 하청 노조 간 이견 조율 과정이 길어지면서 교섭이 장기화되고, 기업은 갈등 조정과 교섭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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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기업 노무 담당자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은 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검토하며 내부 점검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하청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업무 영역에서 원청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약서와 업무 범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관련 검토 업무가 크게 늘면서 노무 담당자들은 야근이 이어질 정도로 업무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조공장을 두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와 판매 부진으로 국내 철수설이 이어지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의 경우 노란봉투법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협력사만 약 3000곳에 달하는 구조상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노사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크다.
경영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강한 규제라며, 이로 인해 국내 투자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매출액 5000억원 이상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개정 노조법 시행 관련 이슈 진단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7.0%가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들은 개정 노조법의 핵심인 ‘사용자 범위 확대’와 관련해 ‘법적 분쟁의 급증’을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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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회장단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 |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달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노동·안전법제포럼’에서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부작용에 관해 “가장 큰 문제는 법 제도와 현장 간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불법파견의 악몽이 다시 살아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분쟁 대상으로 열어두고 있다”며 “합병·분할·매각 같은 조직변동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배치전환이 발생하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사용자 개념을 법으로 명문화하지 않고 판례와 해석을 통해 적용하고 있으며 단체교섭 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도 없다. 미국 역시 교섭 거부가 발생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구제 명령 등 행정적 절차로 해결하는 방식이며 파업 시 대체근로도 허용된다. 독일과 프랑스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구조다.
이 같은 차이 때문에 외국 기업들은 규제 예측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필립 반 후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26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전반적인 규제 예측 가능성이 장기 투자 결정에 필수적”이라며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최근 기업들의 관련 문의가 크게 늘고 있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곳이 많다”며 “기업들 사이에서는 ‘첫 번째 사례(1호)가 되지 말자’는 분위기 속에 대응 전략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과 같은 영역은 원청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향후 교섭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