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2주 뒤 반영된다더니 이번엔 즉각 반영…정부, 가격상한제 꺼내나

대통령 “부당폭리 엄단” 지시에도 꺾이지 않는 유가
서울 휘발유 2000원 근접…‘최고가격제’ 실무 검토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내 석유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오전 서울 도심 내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이란 사태로 서울 시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자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최고가격 지정제는 지난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된 비상조치인 데다 시장 왜곡과 재정 부담 등 감내해야 할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처럼 초강수를 검토하게 된 건 국제 유가가 국내 석유류 가격에 통상 2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됐는데 이번엔 가격에 즉각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유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며 석유류 제품에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선 “기름값 바가지처럼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서 부당 폭리를 취하려는 반사회적인 악행에 대해서는 아주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지시 이후 정부는 즉각 전면 대응에 나섰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이 6일부터 불법 석유 유통, 매점매석, 가짜석유·혼합판매 등 불공정 거래 행위 집중 단속에 나섰다.

국내 정유 4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 석유대리점들의 단체인 한국석유유통협회, 전국 주유소 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3단체도 6일 “국제 유가 인상분이 주유소 가격에 급격히 반영되지 않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유소 기름값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밤 11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90.87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유가가 높은 서울의 경우 평균 가격은 이미 1900원을 넘겨 1942.08원이다.

전날보다 오름폭은 다소 줄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기름값의 추가 상승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기름값 2000원 시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석유 최고가격 지정 고시를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해당 조항은 석유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초과 수익은 정부가 환수한다.

다만 실제 도입 여부를 놓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실제 도입에 신중한 이유는 시장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누를 경우 ‘공급 절벽’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석유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민간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해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을 포함해 모든 정책적 옵션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시장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에 도입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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