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전협상제 공공기여 10조 돌파…‘강북 전성시대’에 투자한다

강남권 현금 공공기여 최대 70% 확대
2037년까지 연평균 1600억 재원 확보


서울시청.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확보한 공공기여 규모가 누적 10조원을 넘어섰다. 시는 이를 강남·도심권에 집중된 개발이익을 강북권으로 재투자하는 재원으로 활용해 균형발전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8일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총 10조708억원의 공공기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17년 만이다.

사전협상제도는 5000㎡ 이상 대규모 부지를 개발할 때 민간과 공공이 협상을 거쳐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 일부를 공공기여 형태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로 행정이 소극적이었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사전협상 대상 사업지는 모두 25곳이다. 이 가운데 준공은 3개소, 착공 2개소, 결정고시 7개소, 협상 완료 6개소, 협상 진행 중 3개소, 대상지 선정 4개소다. 동서울터미널 입체복합개발과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은 결정고시를 마치고 연내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강남 등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지역에서는 기부채납을 최소화하고, 현금 공공기여 비중을 기존 30%에서 최대 7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확보된 현금을 강북권에 재투자해 이른바 ‘강북 전성시대’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확보된 공공기여를 보면 현금은 2조4940억원으로 전체의 25% 수준이다. 반면 도로·건축물·시설개선 등 기부채납 방식의 ‘설치 제공’은 7조5768억원으로 75%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사전협상제도의 수혜가 도심과 동남권에 편중됐다고 보고 제도 손질에도 나선다. 전체 25개 사업지 가운데 16개소가 도심과 동남권에 몰려 있고, 이들 지역의 공공기여 규모는 전체의 74%에 달한다.

이에 따라 비활성화 권역에 대해서는 공공기여율을 최대 50% 범위 안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조례 범위 내에서 비주거 비율도 완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기존에 단일 소유자에 한정됐던 사전협상 대상자 요건도 다수 소유자까지 확대해 참여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상반기 중에는 비활성화 권역을 대상으로 선도사업 공모도 진행한다. 공모에 선정되면 사전협상 대상지 선정 요건을 완화하고 공공기여 부담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사업 유인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준공 이후 관리주체가 분산되면서 공공 보행통로가 폐쇄되는 등 공공기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사전협상형 타운매니지먼트’도 제도화한다. 단순 확보를 넘어 실제 운영 품질까지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숙박·시니어 인프라 확충을 위한 유인책도 마련된다. 관광숙박시설을 도입할 경우 지구단위계획 수립 기준을 준용해 용적률을 최대 1.3배까지 완화하고, 관광숙박·노인복지시설 도입 비율에 따라 공공기여율을 증가 용적률의 60%에서 최대 40%까지 낮춰준다.

서울시는 현재 개발이 추진 중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롯데칠성, LG전자연구소 등 핵심 대상지에서 현금 공공기여 비중이 늘어날 경우 2037년까지 연평균 약 16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재원은 도로·공원·대중교통 같은 기반시설과 생활SOC 확충에 우선 투입될 예정이다.

김용학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사전협상제도를 손질해 강남·강북 균형발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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