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위협 환율에 금융권 ‘비상모드’

환율 10원당 CET1 영향 0.02%P
분기말 회계로 고환율 추이 촉각
고유가에 석화 등 민감 업종 점검
제조업·중기 여신관리 관리 대상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요동치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지자 금융권이 비상대응 체제를 운영 중이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이 일제히 실시간 환율 모니터링을 강화했고 자본건전성과 유동성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환율·유가 변동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여신에 대한 특별 점검도 추진하고 있다.

▶“고환율 흐름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의주시”=10일 금융권에 따르면 1500원을 위협하는 고환율 흐름에 은행들은 자본건전성부터 민감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불어나기 때문이다. 통상 환율이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미치는 영향은 10원당 0.02%포인트 수준이다.

환율 상승은 외화 유동성 압박으로도 작용하는데 은행으로서는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산정에도 불리하다.

다만 재작년 말부터 고환율 흐름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1500원대 환율도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게 업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위기는 위기지만 예견된 위기이기에 그만큼 대비를 해 왔고 큰 타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사가 연중으로 외화표시 자산을 줄여나가는 등 고환율에 대응해 왔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장 분기 말 회계 이슈도 있다 보니 고환율 흐름이 3월 말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가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지만 유가 흐름에 취약한 석유화학이나 항공·해운 등 주요 업종의 타격이 금융권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석유화학의 경우 장기간의 업황 부진으로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산업군인 만큼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민감하게 바라보는 부분은 환율이나 유가 흐름 자체보다는 제조업 경기 전망이나 중소기업의 여신관리”라며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을 중심으로는 선제적으로 기업별 리스크 점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사 비상체제 전환…외환 포트폴리오 등 점검=KB금융은 1일부터 그룹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양종희 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핵심 경영진이 매일 환율과 금리, 유가 등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시장 불안이 고객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서비스 안정성, 대고객 안내, 리스크 관리 현황 등을 점검하고 고객 피해·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현 위기 상황을 ‘주의’ 단계라고 보고 금융시장 동향과 위기 파급 경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직 리스크총괄부장이 주관하는 위기관리협의회 수준에서 상황을 보고 있지만 예상 시나리오를 벗어나는 특이 동향이 발생하면 위기 단계를 ‘경계’ 이상으로 높여 위기관리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함영주 회장과 이호성 은행장이 주재하는 위기관리협의체를 동시에 가동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하락에 대비해 보수적 자산운용 기조를 이어가면서 유가·환율 민감업종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단기자금 경색에 대한 대비도 이어갈 방침이다.

우리금융도 그룹 차원의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환율과 유가의 수준, 변동성, 지속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워 시장 상황에 따라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익스포저 점검, 포트폴리오 관리 강화 등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NH농협금융 역시 2일부터 그룹 차원의 ‘원펌(One-Firm) 협의체’를 발족해 계열사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강화하라는 이찬우 회장의 지시에 따라 외환 포트폴리오 상시 점검하는 한편 정부 대응방향에 맞춰 피해 기업 지원 등에도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환율 영향권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는 인터넷은행권도 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는 중동 사태 발발 직후 즉시 임원회의를 소집해 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기업대출보다 SME(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 위주로 운영되는 특성상 대외 변수의 직접적인 타격은 적지만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조달 구조를 점검하고 주요 지표를 상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김은희·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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