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선정릉 둘레길 ‘역사문화거리’로 재탄생

헤리티지 경험 디자인 ‘향·음·보·물’ 개발
선정릉 둘레길 2.1㎞ 일대에 총 17개 아이템 개발


조성명 강남구청장. [강남구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서울 강남구(구청장 조성명·사진)가 세계문화유산인 선릉과 정릉(이하 선정릉) 일대 둘레길 2.1㎞ 구간을 ‘선정릉 역사문화거리’로 새롭게 장했다.

이번 사업은 2025년 5월부터 12월 말까지 추진됐다. 기획 단계부터 주민과 방문자, 관계자 등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 리빙랩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업의 전체 디자인 주제는 ‘헤리티지 경험 디자인’이다. 선정릉 안에서만 느낄 수 있던 역사·생태 자원을 둘레길 공간으로 확장해, 방문객이 길을 걷는 동안에도 시각·후각·청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선정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문화유산을 ‘보는 공간’에서 나아가 ‘걷고, 듣고, 향으로 기억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한 셈이다.

구는 먼저 선정릉의 정체성과 역사적 가치를 담은 선정릉 역사문화거리 브랜드를 개발했다. 브랜드 심볼은 겹겹이 포개진 세 개의 곡선 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성종, 정현왕후, 중종의 세 능을 상징한다. 동시에 시간의 켜가 층층이 쌓인 역사적 중첩과 과거·현재·미래가 이어지는 확장성을 담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은 왕릉의 지붕선과 능선의 실루엣, 전통 기와의 선형을 연상시키며, 절제된 형태 속에 선정릉만의 품격과 현대적 감각을 함께 담아냈다. 이 디자인 언어는 상징 사인과 벤치 등 거리 시설물에도 일관되게 반영돼 통일감 있는 경관을 형성한다.

이와 함께 오감을 깨우는 체험형 연계 콘텐츠 ‘향·음·보·물’을 함께 개발했다. ‘향(香)’은 전문 조향사와 협업해 선정릉의 사계절 숲 향을 담은 디퓨저와 룸스프레이 각 2종으로 구현했다. ‘능청향’은 봄의 이슬과 여름 나뭇잎의 초록 기운을, ‘능적향’은 가을 낙엽과 겨울 흙냄새의 고요한 정취를 표현했다. ‘음(音)’은 김수진 작곡가가 참여해 선정릉 자연의 리듬을 재해석한 전용 배경음악(BGM)으로 개발됐다. 거리 내 스피커를 통해 송출하고, QR코드로도 접속해 감상할 수 있다. ‘보(步)’는 선정릉 둘레길 산책과 러닝을 위한 오디오 가이드다. 조인숙 건축가, 이대길 정원가, 류다움 큐레이터 등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해 선정릉의 건축적·생태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物)’은 왕릉을 수호하는 석호·석마·석양을 모티브로 한 수공예 도자기 문진 3종과, 왕릉 내부 건축물과 브랜드 요소를 재해석한 수제 비누로 개발했다.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선정릉의 이미지를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굿즈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 공간 정비도 함께 이뤄졌다. 구는 한국 전통 기와의 열린 곡선과, 액을 막고 정화의 의미를 지닌 홍살문의 붉은색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총 17개 아이템을 개발·설치했다. 가로벤치와 상징 사인, 바닥 요소, 선정릉 입구 안내사인, 왕릉 펜스 안내사인 등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방문객이 보다 쉽게 길을 찾고, 거리 곳곳에서 선정릉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야간 경관도 새롭게 구성했다. 선정릉 진입공간에는 길례의 의미를 지닌 금천교를 물길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고보조명을 설치했고, 돌담부에는 홍살문·정자각·장명등 등 선정릉의 주요 요소를 픽토그램으로 구현한 조명을 연출했다. 낮에는 걷고 쉬는 공간, 밤에는 빛으로 역사적 상징을 만나는 공간으로 거리의 경험 폭을 넓힌 것이다.

구는 이번에 개발한 선정릉 역사문화거리 브랜드와 콘텐츠를 널리 알리기 위해 코엑스 밀레니엄광장, 강남역 미디어폴, 버스정류장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홍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선정릉의 향을 담은 디퓨저와 홍보 스티커는 인근 카페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굿즈는 향후 축제 등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이번 사업은 강남의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인 선정릉의 가치를 일상 속 거리 공간으로 확장해, 보다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선정릉 일대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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