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가격 17년째 제자리…노동비용은 매년 치솟아 [H-EXCLUSIVE]

한국조선해양기자재硏 연구용역
신조선가지수, 2007년도 수준 정체
中 덤핑에 중형벌크선은 감소하기도
10년간 韓 제조업 노동비용 상승 탓
인건비 싼 외국인, 수익 악화 방어



조선업계가 내국인 고용 확대 숙제를 안은 가운데, 10여년 만에 찾아온 ‘슈퍼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선박 건조 가격 지표는 과거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이었다. 심지어 일부 선종은 과거 호황기보다 지수가 더 하락하는 역행 현상까지 속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주로부터 받는 선가는 과거 수준인데, 제조원가는 계속 오르니 수익 방어를 위한 외국인 인력 수혈이 불가피한 현실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본지가 입수한 박재현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박사의 클락슨 리서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과거 초호황기 정점이었던 2007년 말 184.83을 기록한 뒤 2024년 3분기 189.69에 도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저점을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7년 전과 비교해 지수 상승률은 2.6%에 그쳤다. 신조선가지수가 전 선종의 건조가를 취합해 산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신조선가 상승 여력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선종 신조선가지수, 17년 전보다 ‘뚝’=해당 자료에는 선종 및 규모에 따른 20년간(2004년~2024년)에 걸친 시계열 데이터를 전수 조사한 결과가 담겼다. 주요 내용을 보면 액화석유가스운반선(VLGC)의 지수는 2007년 93에서 2024년 123으로 약 24% 오르는 등 일부 고부가가치 선종의 지수 상승률은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일부 선종은 중국의 저가 수주와 출혈 경쟁 등으로 오히려 지수가 뒷걸음질 쳤다.

가령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신조선가 지수는 2007년 146에서 2008년 150으로 올라 고점을 찍은 뒤, 2024년 129 수준으로 감소했다. 중형 벌크선인 울트라맥스의 지수는 2007년 48에서 2024년 35로 역성장했다. 캄사르막스급 벌크선 역시 지수 확인이 가능한 첫 해인 2008년 46.5에서 2024년 37.5로 하락했다. 탱커선 중 수에즈막스급(2007년 90→2024년 90)과 아프라막스급(2007년 72.5→2024년 75) 지수도 보합세에 머물렀다.

이 같은 선가 정체는 조선업의 수익성 개선에 치명적이다. 선주들은 전쟁이나 유례없는 물동량 폭증 등 특수 상황이 아니면 선가 인상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며, 중국은 저부가 선종 중심으로 저가 수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제조비용은 계속 오르는데 선박 판매가는 제한적이다 보니, 조선사는 전체 비용 중 20% 수준인 인건비를 늘리는 게 부담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조업 노동비용 관련 지수는 오름세=실제로 국내 노동비용 관련 지표도 지난 10년여간 상승세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과 한국생산성본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국내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지수(시간당 명목임금/노동생산성)는 통계 확인이 가능한 첫 시점인 2011년 4분기 68.7(2020년=100)에서 시작해 2023년 1분기 126.1로 정점을 찍었다. 이어 2024년 3분기 110.7, 2025년 3분기 기준 103.9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우상향 곡선이다.

단위노동비용지수는 상품 한 단위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노동비용을 지수화한 것으로, 명목임금과는 정비례한다. 즉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보다 임금 인상 폭이 더 컸다는 뜻이며 이는 기업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요인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낮추려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농업 등 다른 노동집약 산업에서 나타나는 현상과도 비슷하며, 산업 자체의 수익 구조와 경쟁력 문제가 되고 있단 지적이다. 박재현 박사는 “업계로선 이윤 확보를 위해 (내국인 대비)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건비 부담은) 과거 선진국의 조선업 쇠락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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