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출신 官이 ‘반도체 투톱’ 이사회 의장에…왜? [비즈360]

SK하이닉스, 올 주총서 고승범 선임
삼성전자, 작년 신제윤 임명
천문학적 규모 투자 필요 산업
자금 조달 및 글로벌 금융 대응 역량 핵심 경쟁력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왼쪽)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 SK하이닉스는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사회 의장에 금융위원장 출신 관료가 임명됐다. 반도체 산업이 초대형 자본을 요구하는 장치산업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자금 조달과 글로벌 금융 대응 역량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 겸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고 신임 의장은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2021년 8월~2022년 5월) 제8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문재인 정부(2016년~2021년)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신 의장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맡았고, 박근혜 정부(2013년 3월~2015년 3월)에서 제4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거시경제 및 금융 전문가다.

두 회사가 ‘금융통’을 이사회 수장으로 앉힌 배경에는 갈수록 격화되는 ‘쩐의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에 수십조~수백조원이 투입되는 대표적 자본집약 산업이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생산능력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운용하느냐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제품이 아니라 자금 문제인 경우가 많다”며 “국내 기업들의 부채 비율도 높은 상황에서 자금 조달과 운용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금융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인선의 면면에서도 각 사의 전략적 방향성이 읽힌다. 고승범 의장은 외환위기, 카드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 주요 금융위기 국면에서 정책 대응을 주도하며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자본시장과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전방위 금융 이슈를 다뤄온 만큼, 약 100조원 이상 순현금 확보를 목표로 제시하며 재무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SK하이닉스에 적합한 인물이라 보여진다. 아울러 정부 지원을 받아 약 600조원에 달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하반기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목표 등 당국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제윤 의장은 국제금융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금융분과 수석대표를 맡았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과정에도 관여했다. 이후 G20 차관회의 의장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의장을 지내며 글로벌 금융 규범과 리스크 관리 경험을 축적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와 각국의 보조금 정책, 환율 변동 등 복합적인 변수에 노출돼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모바일·가전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만큼 국제금융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와 같은 장치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에 금융 측면의 전문성이 이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정부 정책과 규제, 글로벌 금융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정책과 금융에 밝은 인사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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