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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펄 LNG’가 미국 잉글사이드 항을 출발해 스페인 북부 빌바오 항에 도착한 뒤 가스 저장 시설 옆에 정박해 있다.[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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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해협, 바브엘만데브 해협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이 발발한 지 한달을 넘어선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충격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까지 참전을 선언하며 후티가 틀어쥔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유럽으로 향하는 홍해 길목이 막혀 에너지와 물류가 동시에 흔들리는 ‘이중 충격’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미 아시아 곳곳에서 연료 부족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앞으로는 유럽이 물량 확보 경쟁에 내몰리며 디젤과 액화천연가스(LNG)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간) 석유·가스 거래업자와 선사, 자문가 등 30여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세계가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1970년대 오일쇼크에 비견되는 공급 충격으로 평가했다.
핵심은 원유 공급 공백의 규모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각국 비축유 방출과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의 우회 수송, 제재 해제로 풀린 일부 러시아·이란산 원유를 감안해도 전 세계 석유 공급은 하루 약 1100만배럴 줄어든 상태다. 전쟁 이전 수요와 비교하면 약 900만배럴이 부족한 셈인데, 이는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의 석유 소비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문제는 이 충격이 아직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우디와 UAE가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일부 물량을 우회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비축유를 대규모로 풀고 있지만 이런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 석유협회의 마이크 소머스 최고경영자는 “현재로서는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충격은 아시아가 먼저 맞고 있다. 태국에서는 연료 부족이 나타났고, 파키스탄은 연료 절약을 위해 이동 자제를 요청했다. 호주에서도 수백개 주유소가 연료 부족을 겪었고 일부 항공편이 취소됐다. 한국도 나프타 수출을 5개월간 제한하기로 했고,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수출 통제에 나섰다. FGE 넥산트ECA는 이달 아시아 석유 수요가 이미 하루 약 200만배럴 줄었다고 추산했다.
다음 충격은 유럽이다. 특히 디젤과 LNG 부족 우려가 크다. 중동산 원유와 가스 흐름이 막히면서 유럽은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물량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수주 내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겨울 이후 저장탱크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재고를 다시 채워야 하지만, 카타르산 LNG가 막힌 상태에서 대체 조달은 쉽지 않다.
여기에 홍해 변수까지 더해지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은 지난 28일 이란을 지원하며 군사 작전에 나섰다고 밝혔다. 야흐야 사리 대변인은 “이스라엘 주요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앞서 2023년 가자 전쟁 당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수십 차례 공격하며 홍해 항로를 마비시킨 전력이 있다.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물류 동맥이다. 이 항로가 흔들리면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물류 흐름이 차질을 빚고,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한다. 실제로 과거 봉쇄 당시 운임 급등과 공급망 혼란이 동시에 발생했다. 이번에도 후티 반군이 미사일·드론·기뢰 등을 동원해 항로를 위협할 경우 글로벌 물류난은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유럽가 아시아를 있는 공산품·컨테이너 물류의 관문이다. 세계 해상원유 수송량 10%, LNG 8%, 컨테이너 물동량 25%가 통과한다.
가격 상승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원유 선물은 전쟁 이후 55% 상승해 배럴당 112달러를 웃돌았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70% 뛰었다. 디젤과 항공유 가격은 한때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3.4% 상승해 전월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하며, 주요 원인으로 연료 가격 급등을 지목했다. 유가가 170달러 수준까지 오르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배럴당 200달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패트릭 푸얀 최고경영자는 “이번 위기가 3~4개월 이상 지속되면 세계적인 시스템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일그룹의 제프 커리는 “현재 충격 규모를 감안하면 하루 500만~1000만배럴의 수요 감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자국에서 개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며칠 안에 양측의 의미 있는 협상을 주최하고 돕게 될 것”이라며 “양국 모두 파키스탄의 중재에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이 직접 대면인지 간접 대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미국과 이란의 공식 입장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파키스탄 회담은 위장에 불과하다”며 “미군이 지상에 들어오는 순간 불태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