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부동산 투자에 초강수…가계부채·집값 동시에 잡는다

당국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 내놓은 배경은
중장기 목표 명확히 세우며 강력한 관리 의지 강조
다주택자 수도권 아파트 대출 연장 17일부터 불허
무주택자 매수 땐 일시적 갭투자 허용해 매물 유도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도심의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은희·유혜림 기자] 정부가 1일 발표한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고강도 관리 기조를 적용해 부동산 과열의 싹을 자르고 경제 성장 저해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데 있다. 특히 ‘203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0%’라는 중장기 목표를 명확히 세움으로써 강력한 실행 계획을 공표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레버리지 부동산 투자에는 초강수를 뒀다.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투기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흐름을 끊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연장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전례 없는 규제책을 내놨고 사업자대출을 악용한 이른바 ‘꼼수’ 주택 구매에 대해선 최대 10년간 모든 신규 대출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는 금융위원회의 표현대로 ‘부동산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을 통해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와 집값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목표 미준수 금융사엔 페널티 부여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율은 2021년 98.7%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 가계부채 비율도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68.0%), 일본(61.1%), 중국(59.0%) 등 주요국과 비교해 여전히 높고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가계부채가 단순한 금융 리스크를 넘어 경제 성장의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실물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그동안 누적된 가계부채 부담이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금융위는 지적했다. 이에 차주와 금융사의 주담대 취급 유인을 끊어내는 데 이번 방안의 방점을 찍었다.

올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는 한층 강화해 증가율을 1.5% 이내로 관리한다. 지난해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사에 대해선 초과분을 올해 목표에서 차감하는 페널티를 부여했다. 특히 목표를 크게 초과한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는 0%로 설정했다.

주담대의 경우 전체 증가 규모의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도록 했다. 주담대는 확대하고 기타대출은 축소하는 일부 금융사의 편법적 가계대출 관리유인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한 월별·분기별 관리목표를 설정해 연말 대출절벽 발생 우려도 완화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가계부채 총량관리 과정에서 서민 취약차주 등에게 과도한 자금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사의 올해 가계대출 관리실적 집계시 정책서민금융,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분 등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올해 약 1.2만가구 2.7조원 대출 만기 도래

이날 가계부채 관리방안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해 온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관행을 끊어내는 복안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양도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줬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그들에게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한가”라며 속도감 있는 제도 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연장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권의 준비와 차주의 대출상환계획 수립 등을 고려해 17일부터 정식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판단하는 기준 주택 소재지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실제 만기 연장이 제한되는 대출은 수도권·규제지역에 있는 아파트 담보 건으로 한정했다. 이는 비수도권, 비아파트 시장에서 세입자가 겪을 수 있는 임대료 전가, 전세 수급 불안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단, 매도계약이 이미 체결된 주택이나 어린이집, 준공 후 미분양주택, 민간건설임대주택 등 규제 적용이 곤란한 경우는 보유주택 수 판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주택자 만기 일시상환 주담대는 약 1만7000가구, 4조1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약 1만2000가구, 2조7000억원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주택을 즉시 매도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만기연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이날 기준 유효하게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종료일까지 만기연장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이후라도 ▷대책 시행일 전까지 이뤄지는 묵시적 갱신 ▷발표일로부터 4개월 이내 종료되는 임대차계약에 대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등은 예외로 인정한다. 이때 가계약은 인정받을 수 없다..

정부는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연말까지 매수하는 경우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무주택자에 한해 일시적인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허용하는 셈이다. 다주택자의 신속한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때 매수자는 연내 토지거래허가신청을 접수하고 허가일로부터 4개월 내 취득을 마쳐야 한다.

비거주 1주택자 대출 규제 발표 예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확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날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대출 연장 문제와 함께 비판한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방안도 현재 고안 중이며 추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전요섭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가격이 안정화된다고 대출을 쉽게 다시 풀어준다면 옛날처럼 악순환할 우려가 있다”며 “대출 규제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강화하는 기조를 가져가겠다”고 강조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대상 확대와 같이 시장 전반에 적용되는 추가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2026년도 업무보고에서 DSR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주담대 등에 대한 금융사의 자본적립 부담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는 “현재 DSR 적용대상 확대시 차주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시장 상황을 보며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추가 자본규제 강화와 관련해선 “4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체계 개편에 따라 고액 주담대에 대한 출연료가 인상되는데 이 효과를 지켜보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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