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는 옛말…삼성 ‘M&A 묘수’ 메디슨·하만, 나란히 최대 실적

삼성메디슨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
하만 영업익 1.5조…전장사업 성과 가시화
인수 후 적자 고전하다 나란히 성장 궤도
제2의 메디슨·하만 관심…로봇·공조 주목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12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5에 참가해 영상의학과 전용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등을 선보였다. [삼성메디슨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했던 의료기기·전장 회사들이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적자가 지속돼 ‘미운 오리’로 불렸지만 최근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며 10여 년 만에 M&A(인수·합병)의 결실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메디슨, 시장 성장률 5배 이상 상회=2일 삼성전자 의료기기 자회사 삼성메디슨이 제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4% 증가한 6651억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처음으로 매출 6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8% 늘어난 870억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삼성메디슨은 강원 홍천공장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생산해 해외에 수출한다. 전체 매출의 90%를 수출을 통해 얻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은 전년 대비 3% 성장한 데 반해 삼성메디슨은 16.4% 성장하며 시장 성장률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병원과 공공 부문 등에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린 것이 주효했다.

앞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의료기기를 점찍고 2011년 삼성메디슨을 인수했다. 그러나 2015~2016년 250억~27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20년에도 영업적자 15억원을 기록했으나 인수 10년 만인 2021년 흑자 전환(604억원)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23년 역대 최대 영업이익(864억원)을 올린 지 2년 만인 지난해 기록을 다시 쓰면서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존 IT 사업 역량과 삼성메디슨의 초음파 진단기기 기술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의 전 세계 각지 판매법인을 활용해 진단기기를 판매하고 있는 점도 빠른 성장에 기여했다.

삼성메디슨은 2024년 약 1265억원을 투자해 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하면서 M&A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알렸다. AI 기능을 고도화한 의료기기를 앞세워 의료진의 진단 속도와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구상이다.

▶‘이재용 인수 주도’ 하만, 자율주행으로 영토 확대=삼성전자의 오디오·전장 자회사 하만 역시 지난해 매출 15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5000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올렸다. 3년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만은 2016년 이재용 회장이 직접 인수를 진두지휘한 기업으로, 삼성의 전장사업 최전선에 서 있다. 인수금액은 약 9조4000억원으로,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규모 M&A로 기록된다.

인수 첫 해인 2017년 하만의 영업이익은 574억원에 불과했다. 2020년엔 상반기 적자를 내면서 그 해 영업이익이 555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21년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성장 모멘텀을 맞았다. 유럽과 북미 지역 완성차 업체들에 디지털 콕핏(주행정보·차량상태·엔터테인먼트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멀티 디스플레이), 카오디오, 텔레매틱스 등을 공급하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9월 하만 멕시코 공장을 찾아 사업장을 점검하는 모습.[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11월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이재용 회장의 만찬 회동에도 하만의 크리스천 소봇카 최고경영자(CEO)가 동석할 만큼 삼성전자는 하만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하만은 최근 헝가리에서 자율주행 시스템 연구개발(R&D)을 위해 총 1억3118만유로(약 2285억원)를 투자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로봇 등에서 신규 M&A 전망=삼성메디슨과 하만이 점차 빛을 보면서 시장의 관심은 제2의 메디슨·하만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실 산하에 M&A 전담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삼성메디슨과 하만 인수 작업을 담당했던 안중현 사장을 M&A 팀장으로 내세워 올해 M&A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 물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첨단로봇과 메디테크(의료기술), 전장, 냉난방공조(HVAC) 등 미래성장 분야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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