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우회로 ‘포괄적 주식교환’…法 “문제없다”

락앤락 소액주주, 매수가 불만 소송
法, “절차·매수가 타당” 락앤락 승소
1심 승소했지만 관련 분쟁 증가 조짐



사모펀드(PEF)가 투자기업 상장폐지를 위해 활용하는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둘러싼 소액주주와의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사모펀드의 포괄적 주식교환 활용에 대한 법원 판단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수가격의 공정한 시장가치(Fair Market Value)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판결에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2부(부장 조정웅)는 최근 락앤락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 회사가 1주당 8755원으로 정한 매수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사건은 현재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분쟁은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추진한 락앤락 상장폐지 과정에서 촉발됐다. 어피너티는 2017년 약 6300억원을 투입해 락앤락 지분 약 63%를 주당 1만8000원 상당에 인수했다. 이후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2024년 12월 상장폐지를 단행했다.

문제는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지분 95%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어피너티는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주당 875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는데, 당시 확보한 지분율은 89.17% 수준에 그쳤다.

이에 어피너티는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이라는 우회 방식을 선택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업 구조 재편 방식이다.

다만 전체 주주의 2.98%가 법원에 매수가격 조정을 신청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다. 회사 측은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에게 기존 교환가격에서 5원 올린 8755원을 최종 제안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시장가격 자체가 왜곡돼 공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상장폐지를 전제로 한 공개매수 상황에서는 강한 ‘매도 압력’이 작용해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매수가격이 기업의 자산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소액주주 측은 공개매수 가격이 2023년 말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0.76배에 불과해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익잉여금 등을 반영할 경우 최소 1주당 1만1658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장주가는 다수 투자자의 정보와 판단이 반영된 객관적 가치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장주가를 기준으로 매수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장기간 공개매수를 통해 형성된 가격을 매수가격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교부금 주식교환은 소수주주 입장에서 의사와 무관하게 주주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구조인 만큼 대가의 공정성을 엄격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재무상황이나 자산가치와 단순 비교만으로 시장주가가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일단 사모펀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최근 관련 분쟁이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가 강화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더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소액주주들이 상장폐지를 전제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결집하는 모습이다. 현재 베인캐피탈과 EQT가 각각 에코마케팅, 더존비즈온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95%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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