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K-팝 최초 ‘3주 연속’ 빌보드 1위…‘빈집털이’ 아닌 ‘정면승부’

2018년 첫 1위 이후 6번째 정상 차지
카녜이·모건 월렌 밀어낸 압도적 수성
팬덤 넘어 대중적 롱테일로 안착 시도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곧 K-팝의 역사가 되고 있다. 컴백과 동시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3주 연속 정상에 오르며 한국 대중음악 사상 다시 없을 기록을 세우면서다. 3주간 ‘왕좌 수성’이라는 의미를 넘어 다시 한번 세계 음악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대기록이라 할 만하다. K-팝 가수가 이 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13일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최신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유지했다. 경쟁 상대인 모건 월렌의 ‘아임 더 프로블럼’(I‘m The Problem)과 카녜이 웨스트(예·YE)의 ’불리‘(BULLY)를 제친 기록이다.

‘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과 디지털 앨범 등의 앨범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EA),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EA) 등을 더해 앨범 유닛으로 순위를 집계한다.

‘아리랑’은 이번 주엔 전주보다 34% 하락한 12만4000장에 해당하는 앨범 유닛을 기록했다. 실물 음반 등 앨범 판매량이 7만1000장으로 3주 연속 ‘톱 앨범 세일즈’ 1위에 올랐다. SEA는 5만장, TEA는 3000장이었다.

K-팝 가수가 이 차트에서 3주 연속 1위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최초다. 앞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앨범도 비연속 2주 1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기록 또 기록…13년 만에 3주 연속 1위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의 이번 성과는 K-팝 최초의 기록은 물론이거니와 팝 음악계에도 의미 있는 이정표다.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에서 그룹으로는 13년 만에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종전 기록은 2012~2013년 비연속 5주 1위를 차지한 멈포드 앤 선즈의 ‘바벨(Babel)’이었다.

멈포드 앤 선즈의 ‘바벨’은 2012년 데뷔 후 처음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그래미 수상 이후에도 2주간 1위를 기록하며 비연속 5주 1위를 달성했다.

빌보드 차트 역사를 통틀어 3주 이상 연속 1위를 기록한 앨범들은 대부분 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반들이다.

‘빌보드 200’ 차트 출범 이후 15주 이상 연속 1위를 기록한 앨범들로는 캐롤 킹의 ‘태피스트리(Tapestry)’ (15주 연속), 플리트우드 맥의 ‘루머스(Rumours)’ (19주 연속), 비틀즈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15주 연속), MC 해머의 ‘플리즈 해머 돈트 허트 ‘엠’(Please Hammer Don’t Hurt ‘Em’)’ (18주 연속),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사운드트랙 (24주 연속),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트랙 (53주 연속, 스테레오 차트 기준) 등이 있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 새 앨범으로 돌아온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21세기 이후 음악 시장에서 3주 연속 1위는 더 희귀해졌다. 발매 직후 첫 10주 이상 연속 1위를 기록한 앨범은 단 5개뿐이다.

스티비 원더의 ‘송스 인 더 키 오브 라이프(Songs in the Key of Life)’ (1976, 13주), 휘트니 휴스턴의 ‘휘트니(Whitney)’ (1987, 11주), 모건 월렌의 ‘데인저러스:더 더블 앨범(Dangerous: The Double Album)’ (2021, 10주), 모건 월렌의 ‘원 씽 앳 어 타임(One Thing at a Time)’ (2023, 12주), 테일러 스위프트의 ‘더 토처드 포엣츠 디파트먼트(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고뇌하는 시인들의 부서)’ (2024, 12주) 등이다.

역대 기록을 통해 보면 3주 연속 1위는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문화적 현상으로의 지위를 의미한다. 스트리밍 시대의 빠른 소비주기와 매주 쏟아지는 신작들, 초동 판매에 집중하는 팬덤 문화 등의 요인으로 팝 음악 시장에서 멀티위크 지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3주 이상 1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팬덤 뿐 아니라 대중적 영향력까지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2018년 이후 ‘빌보드 정복기’…6번의 정상과 ‘아리랑’


이번 ‘아리랑’의 성과는 방탄소년단이 지난 8년간 쌓아온 독보적 기록들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첫 포문은 2018년 6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열었다.

이 앨범은 한국어 앨범 최초이자 K-팝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9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가 다시 정상에 올라 한 해에 두 장의 앨범을 1위에 올렸다. 미국 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때다.

2019년 4월에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로 비틀스 이후 가장 짧은 기간 내 3회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3월 같은 시리즈인 ‘맵 오브 더 솔:7(MAP OF THE SOUL : 7)’도 1위에 오르면 글로벌 팬덤의 압도적 화력을 확인했다.

팬데믹 시기 전 세계에 위로를 전한 ‘비(BE)’(2020년 12월)와 데뷔 9주년을 기념한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2022년 6월)까지, BTS는 입대 전까지 총 6장의 앨범을 연속으로 1위에 올렸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연합]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200’ 첫 1위를 달성하자 이후 8년도 안 되는 기간 총 23개의 K-팝 앨범이 ‘빌보드 200’ 1위를 달성했다.

스트레이 키즈는 8개 앨범으로 K-팝 최다 ‘빌보드 200’ 1위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차트에서도 8개 앨범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수는 스트레이 키즈 뿐이다. BTS는 7개 앨범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양적 팽창과 질적 깊이는 다르다. 스트레이 키즈는 8개 앨범을 1위에 올려놨으나 모두 1주 천하에 그쳤다. 강력한 팬덤 덕에 초동 구매력을 보여줬지만, 2주 차 이후의 지속력은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다.

반면 ‘아리랑’은 K-팝 최초로 3주 연속 1위를 기록, 그 영향력이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리랑’은 1주 차에 64만1000 유닛, 2주 차에 11만4000 유닛, 3주 차에 12만 4000유닛을 기록하며 정상을 썼고, 실물 음반 판매(3주 차 7만 1000장)에서도 3주 연속 톱 앨범 세일즈 1위에 올랐다. 지속적인 구매력을 입증하는 기록이다.

‘빈집 털이’ 아닌 ‘정면승부’… 수치로 증명한 압도적 수성


방탄소년단의 이번 기록이 더 의미있는 것은 2위권 경쟁작들과의 격차에서 나타난다.

사실 ‘빌보드200’ 차트는 ‘대진운’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아무리 많은 앨범을 팔아치워도 발매 기간 맞붙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K-팝 기획사에서 자사 가수가 유닛 수치로 치면 1위를 했던 타사 가수보다 높은데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 못한 이유로 ‘대진운’을 언급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 3주차 1위 달성 과정에서 맞붙은 상대들은 미국이 사랑하는 두 명의 아티스트로 막강했다.

올 상반기 미국 음악계의 가장 강력한 아티스트인 카녜이 웨스트(Ye)의 새 앨범 ‘불리(BULLY)’는 발매 첫 주 15만 2000장으로 데뷔하며 BTS를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2주 차에 접어들며 유닛 수가 54% 폭락하는 전형적인 힙합 장르의 하강 곡선을 그렸다. 반면 BTS는 2주 차에서 3주 차로 넘어가는 시점의 하락 폭이 34%로 제한됐다. 카녜이와의 격차는 약 1.8배였다.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시작점인 고양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


미국 로컬 시장의 절대강자인 모건 월렌도 압도했다. 모건 월렌의 ‘아임 더 프로블럼(I’m The Problem)’은 투어 효과를 업고 유닛 수가 전주 대비 5% 반등하며 8만 장을 기록, 차트 역주행을 시도했다. BTS가 일반적인 K-팝 그룹의 하락 패턴을 따라 3주 차에 유닛 수가 5~6만 장대로 떨어졌다면 1위를 내주었을 상황. BTS는 그러나 7만 1000장에 달하는 견고한 실물 음반 판매량을 유지하며 모건 월렌의 추격을 따돌렸다.

이는 BTS의 팬덤이 일시적 구매를 넘어 지속적인 반복 스트리밍과 실물 소장 욕구를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시점 유일무이한 ‘슈퍼 IP(지식재산권)’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이번 기록에서 가장 주목할 지표는 SEA(스트리밍 횟수 환산 유닛)의 유지력이다.

통상적인 K-팝 앨범들이 발매 첫 주 대규모 실물 음반 판매(Album Sales)로 1위에 오른 뒤 급격히 하락하는 것과 달리, ‘아리랑’은 3주 차에도 SEA 5만 장을 유지했다. SEA 5만 장은 미국 현지에서 주간 약 6500만 회 이상의 온디맨드 스트리밍이 발생해야 가능한 수치다.

이는 코어 팬덤의 소장용 구매를 넘어, 미국 일반 대중의 일상적인 청취 리스트에 타이틀곡 ‘스윔(SWIM)’을 비롯한 수록곡들이 깊숙이 침투했다는 방증이다.

앨범 판매량 하락 폭을 스트리밍이 방어하는, 이른바 ‘롱테일(Long-tail)’ 소비 구조는 테일러 스위프트나 드레이크 등 팝 거물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전형적인 로컬 강자의 데이터 패턴이다. K-팝이 ‘팬덤만의 축제’에서 ‘팝 시장의 주류’로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마이크로한 증거다.

다만 ‘빌보드 200’에서의 의미 있는 성취와 달리,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타이틀곡 ‘스윔’의 순위 변동은 또 다른 과제를 시사한다. 1위로 데뷔해 지난주 2위로 주저앉은 ‘스윔’은 현재 10위권 사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앨범의 흥행이 ‘진정한 대중성’의 지표인 싱글의 장기 집권으로 완벽히 이어지지 못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은 ‘BTS 2.0’이 정밀하게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이르면 13일 공개될 차트에서 ‘스윔’은 톱10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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