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인력 부족에 막힌 韓 제조업
현대모비스, 데이터 시각화로 의사결정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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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진부터 현장 담당자까지 한 번에 활용 가능한 태블로 VOC 분석 대시보드 UI. [세일즈포스 제공] |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공급망 불안, 원가 상승 등 제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면서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전환과 스마트 공장 확대를 위해서도 데이터는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등 주요 제조 기업들은 세일즈포스의 지능형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플랫폼 태블로(Tableau)를 도입해 데이터 기반 경영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딜로이트의 ‘2025 Smart Manufacturing and Operations Survey’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제조기업의 92%는 스마트 제조가 향후 3년간 경쟁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스마트 제조는 단순히 자동화 설비를 늘리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조직 전체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일이다.
한국 기업들의 데이터 관리 역량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일PwC가 올해 3월 발표한 ‘제조업, AI로 다시 설계되다: 한국 제조업 재도약을 위한 로드맵’ 보고서는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술 도입 자체보다 데이터와 인력 기반을 갖춘 AI 중심 운영 체계로의 전환이 먼저라고 진단했다. 비용 부담, 전문 인력 부족, 데이터 문제로 실제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 현대모비스 서비스 부품 사업부가 태블로를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에서 국내 차량 보수용 A/S 부품 유통을 담당하는 서비스 부품 사업부는 205개 차종, 총 280만개 부품을 관리하는 동시에, 상용차 부품 긴급 백오더 발생 시 8시간 이내 공급이라는 기준도 충족해야 하는 복잡한 운영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서비스 부품 사업부는 대용량 분석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 데이터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태블로를 도입했다. 수백만~수억 건에 달하는 대용량 데이터를 파일 크기나 라인 수 제한 없이 처리할 수 있고, 배치 스케줄링과 구독 서비스를 통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현업 사용자가 코딩 없이도 직관적으로 대시보드를 설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셀프서비스 BI 환경은, IT 주도의 분석 문화를 현업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현대모비스의 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현대모비스는 기술검증(PoC)와 파일럿을 거쳐 현업 사용자가 직접 분석을 설계하고 확산시키는 상향식 접근법을 택했다. 하루 100회 이상 쿼리를 수행하는 파워유저 30명을 중심으로 파일럿을 시작했고, 전국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는 오프라인 교육과 체계적인 변화 관리를 병행했다.
또한 2024년 12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두 차례 진행된 사내 경진 대회에서는 태블로로 직접 설계한 백오더 현황 분석, VOC 분석 등 실무형 대시보드 30여개가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필터 하나만 바꾸면 전국 22개 사업소가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 결과 파일럿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점을 기록했다. 모든 구성원이 태블로의 동일한 대시보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면서 수치 불일치가 사라졌고, 리포트 작성 시간 단축과 의사결정 속도 향상 효과가 나타났다. 현대모비스는 이 흐름을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해 서비스 부품 사업부 국내 관리 사무직 약 1000명 중 25%가 태블로를 활용하는 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기업 지멘스도 데이터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지멘스는 200여개의 원본에서 발생하는 70억행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환경에 있었으며, 수동 보고 체계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이 주요 고민 중 하나였다. 태블로를 도입해 데이터 시각화와 분석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결과, 매주 반나절 가량의 업무 시간을 절약하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조직 내 소통의 불확실성을 덜어내는 데에도 기여했다. 특정 서비스의 만족도가 낮다는 막연한 소문이 돌 때, 지멘스는 태블로 대시보드에 쌓인 1만 명의 피드백과 평균 4.4점이라는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현황을 명확히 공유했다.
세일즈포스는 “결국 스마트 제조의 본질은 현장의 구성원이 데이터를 얼마나 일상적으로 친밀하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장의 언어로 데이터와 소통하며 숫자 너머의 의미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문화는, 복잡한 제조 현장을 혁신으로 이끄는 가장 부드럽고도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