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동전쟁 영향 물가·민생 부담 확대…경기 하방위험 증대”

그린북 4월호, 경기인식 ‘리스크’로 이동
소비·기업심리 둔화 등 영향 일부 반영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 정책 역량 집중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물가와 민생 부담이 확대되며 ‘경기 하방위험’이 커졌다는 진단을 내놨다. 지난달 ‘하방위험 증대 우려’에서 한 단계 수위를 높인 표현으로, 전쟁 장기화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정경제부는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을 앞둔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평택=이상섭 기자]


특히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소비 등 내수도 개선세를 이어왔으나 중동전쟁 영향으로 소비·기업심리가 둔화하고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우려가 있다”고 봤다.

전달과 비교하면 경기 판단의 무게가 리스크 중심으로 더 옮겨갔다. 3월에는 “소비 등 내수 개선,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을 전제로 중동 상황에 따른 ‘하방위험 증대 우려’를 병기했으나, 이달에는 중동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경기 하방위험 증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조성중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달 그린북 발표 시점은 중동전쟁이 한 달이 채 되기 전이었고, 이달에는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된 상황을 반영해 ‘우려’라는 단어를 제외했다”면서 “흐름 자체가 꺾였거나 하방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향후 경로에서 하방위험이 증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전쟁 영향은 주요 지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오르며 전월(2.0%)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석유류 물가가 9.9%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7.0으로 전월보다 5.1포인트 하락해 2024년 12월(-12.7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3월 할인점 카드 승인액도 32.5% 감소해 전월(-10.6%)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다만 전월 감소세를 보였던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가 8.0% 증가로 전환되고, 전체 카드 국내 승인액도 8.4% 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풀이된다.

2월 전산업 생산은 광공업(5.4%), 서비스업(0.5%), 건설업(19.5%) 증가로 전월 대비 2.5% 늘었고 설비투자는 13.5%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9.2% 증가했고, 일평균 수출액도 37억7000만달러로 42.7% 늘었다. 3월 취업자 수는 20만6000명 늘어 전월(23만4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세를 보였다.실업률은 3.0%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재경부는 최근 국제 경제 상황을 두고는 “중동상황,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및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교역·성장 둔화 우려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최근 상황을 고려해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재경부는 “민생안정·경제회복을 위한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고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중심으로 각 부문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징후 발생 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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